시즌 3. 운명의 아이들 8. 불시착

오상준
2018-07-12
조회수 249

8. 불시착


#. 오지의 밀림 / 낮

자욱하게 안개 낀 습지의 밀림 속. 거목들 사이에 불시착한 “블랙팔콘”이 처박혀 있다.

후미 엔진과 군데군데 부서진 장치들이 연기를 뿜어내고,

기체 곳곳에서 간간히 불꽃이 튄다.

이때 후미의 헤치가 열리고,

카이와 제다, 레나가 선체를 빠져 나온다.

카이

(기체를 살펴보며)

휴~ 다행히 완전히 박살이 나지는 않았어.


제다

(한숨을 쉬며)

그래.. 다행히 우리들도 죽지 않았지.


레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따라 나서는 게 아니었어.

(중얼) 반지 찾아 줬다고 내가 너무 믿었던 거야.


카이

(반색하며) 나를 믿게 됐다고? 그 짧은 시간에?

(레나의 손을 잡으며) 역시! 우리는 이루어질 운명이었던 거야!


레나

(화들짝 놀라며 뿌리친다.) 무슨 소리야!

(발끈) 그런 뜻이 아니잖아!


제다

(심각) 통신장비가 완전히 손상이 됐어.

외부와 교신이 가능한 곳까지 빠져나가야 해.


카이

얼마나 멀까?


제다

글쎄. 좌표 상으로 보면.

족히 삼사일은 걸릴 거야.


레나

(입술을 깨물며) 이걸 어쩌지.


카이

(어느새 출발 채비를 하고 있다.)

 야~호. 이제부터는 신지구의 밀림을 탐험하는 거야.

정말이지 첫 탐험부터 엄청 버라이어티하구만.


레나

(어이없다는 표정)

 정말 갈 생각이야? 어디로 갈지 알고.

차라리 여기서 구조를 기다리는 게 좋지 않을까?


카이

(흘얼흥얼)

제다야. 이런 오지 지역은 오래 머무르면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높지 않니?


제다

그. 그렇지.


레나

(살짝 누그러진다.)...


카이

(은근히 겁을 주며)

 그리고 신지구의 토종 야생동물 중에서

굉장히 위험한 것들이 이런데 산다고 들었는데.


제다

그렇지. 이 지역은.

특히 대형뱀이나 대형거미류들이 많다고 알려져 있어.


레나

(오싹 움추린다.)

그런..


카이, 힐끗 레나를 바라 보더니 “더블매그넘”의 광선빔을 연달아 발사한다.

레나를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가는 광선빔들.

깜짝 놀라며 두 눈을 감고 비명을 지르는 레나.

레나

꺅! (다시 눈을 뜨며)

도대체 무슨 짓이야!


카이

(턱짓으로 가리키며)

제다야. 저런 것들 말하는 거야?


제다

(레나의 주위를 유심히 살펴 보며)

아주 치명적인 종류들이지.

대형전갈류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인데.


불안한 표정으로 자신의 좌우를 살펴보는 레나.

팔뚝만한 크기의 전갈 두마리가 레이저빔에 맞아 동강난 채 타고 있다.


레나

(경악하며) 악!!!


피식 마주 웃는 카이와 제다.

Cut to.

“블랙팔콘”의 화물칸에서 비상용품들을 꺼내는 카이와 제다.

비행보드를 꺼내고 화물용 자동트레일러를 펼쳐 놓는다.

비상식량을 넉넉히 챙긴 후 화물칸 바닥의 무기고에서 여분의 무기를 꺼내는 카이와 제다.

광선총 여러 정과 에너지탄창 수십 개, 화염방사기, 기폭 부비트랩 장치 등을 꺼내 놓는다..

숙달된 병사들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두 사람.

겁먹은 표정으로 주위를 살피며 뒤쪽에 물러서 있는 레나,

점점 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Cut to.

나뭇가지와 잎으로 덮인 “블랙팔콘”의 선체.

그 앞에 출발 준비를 마친 카이와 제다, 레나가 서 있다.

비행보드에 타고 있는 세 사람.

옆쪽에는 비상용품들이 적재된 화물용 반중력 부상 트레일러가 떠 있다.


카이

(기체를 쓰다듬으며)

조금만 기다려. 친구.

곧 찾으러 올 테니까.


사뭇 진지한 모습의 카이.

의외로 진지한 카이의 모습에 갸웃하는 레나.

제다가 좌표기로 방향을 설정한 후 손짓을 한다.

차례로 비행보드를 띄워 출발하는 세 사람.

화물용 자동트레일러가 비행보드의 뒤를 따른다.


#. 몽타쥬 시쿼스 – 오지의 밀림을 벗어나는 카이와 제다, 레나

하늘에 닿을 듯 솟은 거목들 사이를 헤치고 이동하는 세 대의 비행보드와 부상트레일러.

습지를 벗어나며 고도를 높이자 자욱했던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오지 밀림의 이모저모가 펼쳐진다.

이국적 풍광의 천연림이 빼곡한 밀도로 끝도 없이 펼쳐진다.

아름다운 광경에 순간 탄성을 발하는 카이와 제다, 그리고 레나.

Cut to.

강줄기를 따라 밀림의 저공으로 비행하는 세 사람.

멀리서 장중한 울림이 들려 온다.

호기심을 느끼는 세 사람,

서둘러 앞으로 날아가면.

깍아지른 듯한 절벽과 어마어마한 크기의 폭포수.

할말을 잃고 멍하니 처다보는 세 사람,

잠시 보드를 멈추고 웅장한 절경을 감상한다.

이때, 다급히 레나를 껴안고 옆으로 날아가는 카이.


레나

악! (두눈을 꼭 감으며) 또 뭐야!


카이

조심해!

(제다를 향해) 화룡조야!


레나와 카이를 순식간에 스쳐 날아가는 거대한 새. 흉폭해 보이는 외양의 맹금류.

날아간 방향을 따라가보면.

이번에는 여러 마리의 화룡조가 세 사람을 향해 날아 오고 있다.


카이

에쉬! 테이밍할 수 있겠어?


제다

(입술을 꽉 다물며) 처음본거라 힘들겠지만.

할 수 없지. 어디 한번.


서둘러 화룡조를 향해서 날아가는 제다,

공격해 오는 화룡조를 교묘하게 피하면서 정신을 집중해 테이밍을 한다.

몇번 실패한후 테이밍되는 화룡조.

카이와 레나의 눈 앞까지 덮쳐오던 화룡조.

비명을 지르며 카이의 품에 꼭 안기는 레나.

카이가 “더블매그넘”을 겨냥해 쏘려는 순간.

제다, 가까스로 테이밍시킨다.

안도하는 카이와 제다.

테이밍이 된 화룡조, 공중을 선회하며 커다란 날개를 펄쩍이며 세 사람의 주위에 머무른다.

화룡조를 다독이며 진정시키는 제다.


카이

와! 대단해. 역시 너는 나의 친구 자격이 있어.

신지구 최강 테이머 제. (윙크하며) 아니, “에쉬”!


제다

(힘겨운지 숨을 고르며) 헉헉헉. 화룡조는 다행히 드래곤과 비슷했어.

하지만 모르는 종을 테이밍 했더니.

헉헉. 힘드네. 어지러워.


카이

암튼 고생했어


레나

대단하다! 에쉬~


제다

난 좀 쉴께.


카이

 (품안의 레나를 유심히 보며) 아, 어지러워.

여자가 이렇게 쎄게 안아주는 건 난생 처음이야.


레나

(정신을 차리며 화득짝 떨어진다.) 아, 미안.

(다시 주위를 맴도는 화룡조들을 발견하고) 꺅!


다시 카이에게 안겨 버둥거리는 레나.

Cut to.

화룡조를 타고 날아가는 세 사람.

쾌속으로 질주하며 해방감을 만끽한다.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카이.

긴장한 얼굴이지만 서서히 얼굴에 미소가 맺히는 레나.

화룡조를 조종하는 제다, 진지하게 자신의 테이밍 능력을 발휘해 본다.

이때, 멀리 전면에 등장하는 반투명의 구름 덩이.


제다

(카이를 돌아보며) 공중해파리 떼야. 어쩌지?


카이

쟤들은 테이밍 안돼?


제다

(어이 없다는 듯이) 저게 한두마리니? 수백 마리야.


카이

(씩 웃는다.) 화룡조 먹이도 먹일 겸, 정면돌파야!


제다

(미소) 좋아!


레나

(불안한 표정) 정면돌파?

그러면, 설마. 아. 안 돼.


카이

(윙크) 조심해.


쏜살같이 앞으로 질주하는 화룡조.

다시 비명을 지르는 레나,

거의 울상이 된다.

Cut to.

공중해파리떼를 향해 불을 토하는 화룡조.

빼곡히 몰려 있던 공중해파리들이 좌우로 쫙 갈라지며 길을 내 준다.

하지만 이내 촉수를 뻗어서 공격을 시작하는 공중해파리떼.

카이의 “더블매그넘”과 제다의 광선기관총이 불을 뿜는다.

잘려져 나가는 무수한 촉수들.

화룡조들도 뻗어 오는 촉수들을 불로 태우며 앞으로 돌진한다.

Cut to.

화룡조와 이별을 고하는 카이와 제다, 그리고 레나.

화룡조가 세 사람의 주위를 몇 바퀴 선회하다가 반대 방향으로 날아간다.

손을 흔들어 주며 아쉬운 듯 바라보는 세 사람.

멀어져가는 화룡조의 모습 위로 붉은 노을이 번진다.

Cut to.

비행보드를 타고 낙조의 광선을 받으며 날으는 세 사람.

발 아래로 펼쳐진 밀림의 이국적인 풍광에 감탄을 연발하는 카이와 제다, 레나 세 사람.

소풍 나온 아이들처럼 즐거운 모습.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주를 한다.

카이, 제다와 서서히 친숙해지는 레나.

세 사람의 비행보드터가 경쾌한 궤적을 그리며 미지의 신세계로 나아간다.


#. 야영지 / 밤

부양보드를 나란히 세워 놓고 야영을 하는 카이와 제다, 레나.

합금섬유로 만들어진 텐트하우스가 세워진 가운데에 모닥불이 지펴져 있다.

모아온 나뭇가지로 능숙하게 불을 때고, 물을 끓이고, 비상식량으로 요리를 하는 카이.

호기심 어린 눈길로 카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펴보는 레나.

야영지 주변으로 부비트랩을 설치하는 제다.

Cut to.

모닥불 곁에 둘러 앉아 식사를 하는 세 사람.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어 치우는 카이.

차분히 식사를 하고 있는 제다.

제다와 카이를 번갈아 살펴 보며 음식을 맛보는 레나,

비상식량 요리가 의외로 입에 맞는지 눈이 동그레 진다.

놀란 표정.

Cut to.

텐트하우스 안에서 골아 떨어진 카이.

바깥까지 들리도록 코를 골아댄다.

불가에 나란히 앉은 레나와 제다.


레나

너희들. 어떤 아이들이니?


제다

???


레나

궁금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 사람들인지.

둘 다 예사롭지 않은 걸.


제다

글쎄. 그건 말해주기가 좀 곤란한데.

난처한 일이 생길 수도 있거든.


레나

...


제다

(미소) 너 역시 예사롭지 않기는 마찬가진걸.

얼굴을 가린 차림새며, 보석함의 신기한 반지들 하며.


레나

(피식 웃는다.) 그런가?

우리들은 서로 비밀이 많네.


제다

(레나의 안색을 살피며) 너도 눈을 좀 붙이도록 해. 피곤할 텐데.


레나

(나뭇가지로 불씨를 뒤적이며) 아니. 잠이 오지 않아.

(피식 웃는다.) 너무 놀랐나 봐.


제다

하긴. 이런 일을 겪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테니.


레나

(미소) 하지만 재미 있어.

이런 곳에 와 보기는 처음이니까.

(잠든 카이를 바라보며) 저런 괴짜를 만나기도 처음이고.


제다

(미소) 좋은 녀석이야. 내겐 주..

(흠칫하며) 아니, 둘도 없는 친구이고.


레나

(고개를 저으며) 난 도저히 갈피를 못 잡겠는걸. 후후후.


제다

“피터” 녀석, 사실은 많이 외로운 아이야.


레나

???


제다

“피터”는 어머니 없이 혼자 자랐데.

어머니가 “피터”를 낳으시다 돌아가셨다고 했어.


레나

(놀란다.) ...


제다

“피터”의 아버지와 형님도 언제나 멀리 떠나 계셔야 했어, 전쟁 때문에.

그런데 남아 있는 주위의 어른들은 온통 믿을 수 없는 사람들 뿐이었지.

“피터” 녀석, 겉으로는 씩씩하지만. 속으로는 외로움이 많은 아이야.


레나

그렇구나. (슬픈 미소) 내가 아는 누군가의 이야기와 비슷한걸.


제다

나도 사정이 있어서 오래 전부터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야 했어.


레나

가엽게도.


제다

(씁쓸한 미소) 그래서 둘이 친구가 된 거 같아.

같이 있으면 외로움을 잊을 수 있거든.


레나

...


이때, 레나와 제다의 등 뒤로 다가오는 그림자.

어느새 잠이 깬 카이다.

등 뒤로 다가가 양 손으로 두 사람의 입을 막는 카이.


제/레

(놀라며) 웁!


카이

(나지막이 귓속말로) 라이프 스토리는 나중에 나누고 잠깐 조용히 좀 해 봐.


제/레

???


카이

무언가 이리로 다가오고 있어.


놀라며 부비트랩 장치에 손을 대는 제다.

하지만 카이가 제다를 저지 한다.

게슴츠레 눈을 뜨고 어둠 속을 살펴보는 카이,

허리에 찬 막대조명탄을 꺼내 건너편 쪽으로 발사한다.

“펑” 소리와 함께 주위가 환해지면.

맞은편에서 움츠린 채 모여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눈이 부신 듯 인상을 쓰며 잔뜩 경계를 하고 있는 사람들.

노인과 아낙들. 그리고 어린 아이들의 모습.

하나같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 초췌한 몰골의.

놀라는 카이와 제다, 그리고 레나.

Cut to.

불가에 둘러 앉아 음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는 난민들.

지치고 부상당한 사람들을 돌보는 카이와 제다, 그리고 레나.

하나같이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의 모습.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 보며 인상이 굳는 카이.


촌로

고맙구나.


카이

이게 도대체.


촌로

(표정이 굳는다.) 우리는 북쪽 정착촌 사람들이란다.

전쟁통에 집과 땅, 가족을 잃고 헤매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지.

거친 황무지를 일구고 광물을 채취하며 겨우 살만한 마을을 만들어 정착했는데.

몇 일 전 화적단이 들이 닥쳤단다.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죽이고 약탈을 했지.

우리는 가까스로 도망쳐 나온 거란다.


제/레

(놀란다.) ...


카이

(다급히) 군대는요? 근처에 마을을 지켜줄 군대가 있지 않나요?


촌로

(물끄러미 바라보며) 군대? 군대라니.

(고개를 젓는다.) 이런 오지의 버려진 백성들을 위해 어느 왕국의 군대가 움직이겠니.

세 왕국의 군대들은 모두 요충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투로 바쁠 뿐,

우리 같은 난민들의 사정에는 관심이 없단다.

이렇게 버려진 난민들은 결국 어느 나라의 백성도 되지 못하는 게지.


이때 “으악”하고 비명소리가 들리고, 일제히 돌아 보면.

한 여인이 아기를 춤에 안고 울고 있다.

숨을 거둔 채 차갑게 굳어버린 아기와 아기를 안고 절규하는 여인.

안타까움에 할 말을 잃은 사람들.


카이

(입술을 질끈 깨문다.) 버려진 난민들. 어느 나라의 백성도 되지 못하는.


레나

이럴 수가.


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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