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3. 운명의 아이들 9. 담판

오상준
2018-07-21
조회수 251

9. 담판


#. 에르시온 태자궁 로이의 집무실 / 밤

묵묵히 헤질녁 창 밖의 하늘 바라보며 테이블에 앉아 있는 로이. 석양에 불타는 풍경이 너무 멋있다. 테이블 위에는 디스크팩이 하나 놓여 있다. 디스크팩 위에 찍힌 선명한 문양. 날개가 달린 사자가 포효하고 있는. 보좌관이 다가와 예를 갖춘다.


로이

이제 이 광경을 다시 못볼 수도 있겠지..


보좌관

부르셨습니까?


로이가 돌아 일어서며 책상위의 디스크팩을 집어서 건낸다.


로이

만약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보좌관

(긴장) .


로이

이걸 카이에게 전해줘.


보좌관

이것은.


로이

그래. 그간 함께 준비해 온 비밀결사대의 모든 것이 여기 담겨 있어.

신지구에 평화를 가져 올 일당 백의 용사들의 결사체.


보좌관

(놀란다.) “비사대”의..


로이

(미소) 당연히 살아 돌아 올거라고 바라기에는 너무 위험한 임무니까.

후후후.

만약 내가 없어진다면, 이 신지구의 운명은 카이의 몫이 되겠지.

그 녀석이 지고가야 할 운명의 몫.


보좌관

(결연한 표정으로 디스크팩을 받아 쥔다.)

태자님..


로이

부탁하네.


보좌관

네. 걱정마십시요.


로이

(혼잣말로 나직히)

카이야, 형의 행운을 빌어주렴..


다시 말 없이 창 밖을 바라보는 로이.

비장한 분위기 속에서 할 말을 잃고 서 있는 보좌관.

Insert.

카일럼의 상공으로 진입하는 로이의 비행선.


#. 카일럼 왕국, 황실의 연무장 / 밤

횃불이 지펴진 어두운 연무장. 갑옷을 차려 입은 크롬이 한쪽에 정좌하고 있다.

두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 있는 크롬.

이때, 연무장의 입구가 열리고 로이가 들어 선다.

비춰 드는 빛을 받아 길게 늘어지는 로이의 그림자.

로이가 중앙으로 다가 가자 크롬의 두 눈이 번쩍 뜨인다.


크롬

(큰소리로) 고대의 병기들에 대해서 좀 아는가?


로이

(멈춰서며) 창보다는 검을 좋아합니다만.


크롬, 옆에 세워 놓은 무기대에서 검을 집어 로이에게 던진다.

로이가 날아 온 검을 잡는 순간,

크롬이 긴 창신의 청룡도를 휘두르며 허공을 날아 온다.

검을 휘두르며 맞상대하는 로이.

로이와 크롬의 공격이 맹렬하게 교차한다.

공중을 나르고 땅을 구르며 서로의 공격에 조응하는 두 사람.

화려하게 펼쳐지는 창술과 검술의 무예 대결.

이윽고, 서로를 향해 회심의 일격을 겨누는 크롬과 로이.

로이의 목을 향해 휘두르는 청룡도.

크롬의 목을 향해 찔러오는 검 끝.

절체절명의 순간,

서로의 목 한치 앞에서 정확히 멈춰서는 두 사람의 공격.

정지한 듯 멈춰선 두 사람.


크롬

(미소) 왜 내가 멈출 거라고 생각한 겐가?


로이

(미소) 더 큰 전장에서 제대로 붙어 보길 원하실 테니까요.


크롬

더 큰 전장에서 제대로 붙어 볼 용의가 있나?


로이

저는 아직 여물지 못했습니다.

최고의 상대와 겨루고 싶다면 3년의 시간을 주십시요.

3년 후 틸리아테페에서 에르시온과 저의 모든 것을 걸고 겨뤄드리겠습니다.


크롬

조용히 3년을 기다려라?

후후후. 너무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하지 않나?


로이

3년을 약속해 주신다면 “빛의 사원”에서 발생한 인질사태를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에르시온과 가이언의 백성들뿐만 아니라 카일럼의 백성들 모두 무사히 귀환하게 될 것입니다.


크롬

상대는 해적왕 로스트의 무적함대일세.

자신이 있는가?


로이

3년을 약속해 주셨는데도 해결하지 못한다면.

전선에서 에르시온의 군대를 철수시키겠습니다.


크롬

(흥미롭다는 듯) 오호라. 하지만 자네를 어떻게 믿지?


로이

제 칼끝은 지금 폐하의 창 끝과 정확히 같은 곳에 멈추어 있습니다.


크롬

...


로이

...


잠시 아무런 말 없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두 사람.

이윽고, 서로를 향해 겨눈 창검을 거둔다.


크롬

(호쾌하게 웃는다)

하하하! 역시, 에르시온의 “젊은 수호자”로군.

마음에 들어!


로이

(목례) 감사합니다.


크롬

(돌아서 나가며) 앞으로 일주일을 주지.

나의 백성들을 모두 구해 오게.

자네가 해낸다면 3년의 약속을 지키겠네.

하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그때는 내 손으로 직접 로스트를 제거하고

에르시온과 가이아의 인질들 모두 카일럼이 취할 것이야!


로이

(정중히 인사) 3년 후에 다시 뵙겠습니다.


크롬

하하하. 3년 후라.

나도 그렇게 되길 고대하겠네.


멀어지는 크롬.

당당하게 연무장의 중앙을 지키고 선 로이.

# 몽타쥬 시퀀스 – 정착촌으로 돌아오는 사람들

정착촌으로 진입하는 카이 일행과 난민들.

비행보드를 줄로 연결한 수레에 아이들과 환자들이 타고 있고,

걸을 수 있는 사람들은 서로를 부축하며 뒤를 따르고 있다.

허물어진 토성벽 너머로 보이는 집과 건물들. 무너지고 검게 그은 모습.

폐허가 된 마을 거리 곳곳에 부서진 물건들과 사람들의 시체가 뒹굴고 있다.

참혹한 광경에 할 말을 잃은 카이와 제다, 레나.

한 아이가 뛰어가 나란히 쓰러져 있는 시체 두 구를 부둥켜 안고 운다.


아이

(목이 메어) 엄마, 아빠. 일어나 봐.

엄마, 아빠. 엉엉.


먹먹한 눈빛으로 망연자실 바라보는 사람들.

Cut to.

마을 광장에 천막을 치고 임시 거처를 마련한 사람들.

몇 명씩 무리지어 마을로 돌아 오는 사람들이 하나 둘 합류한다.

힘없는 부녀자들과 꼬마 아이들, 노인네들이 대부분인 모습.

Cut to.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주위의 상황을 살펴 보는 레나.

낯설기만한 상황에 얼쩔 줄 몰라한다.

이때, 레나의 옆을 지나가던 여자 아이가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쓰러진 여자 아이의 등에 엎힌 채 울고 있는 갓난 아기.

레나, 허겁지겁 뛰어가 쓰러진 여자 아이를 부축한다.

열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 몸은 앙상하고 입술이 부르튼 병약한 모습.

입술을 깨무는 레나.

Cut to.

환자들과 아이들을 간호하고 보살피는 레나,

팔을 걷고 이마의 땀을 훔치며 열심이다.

어색함 없이 주위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지시를 하며 강단있게 움직인다.

당당한 태도와 야무진 행동.

자신들의 비상식량과 용품을 꺼내 천막 숙소 안에 내려 놓던 카이,

물끄러미 레나의 모습을 살펴본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레나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 보는 카이.

바라보는 카이의 눈망울이 잔잔하게 흔들린다.

Cut to.

마을 사람들과 함께 주위를 정비하는 카이와 제다,

비행보드와 부상트레일러를 이용해 시체들을 치우고 폐허를 뒤져 물자를 조달한다.

참혹한 풍경에 얼굴이 굳는 제다.

지친 몸을 이끌고 힘을 모아 주위를 정비하는 사람들.

임시 거처와 주변이 차츰 모양새를 갖춰간다.

Cut to.

나란히 앉아 광장의 천막 숙소를 바라 보고 있는 카이와 제다.

굳은 표정의 두 사람.


제다

마을의 증앙 건물에서 통신시설을 발견했어.

하지만 모두 부서져 버려서. 외부와 교신이 불가능할 것 같아.


카이

(멍한 시선으로) 이 사람들. 이대로 두면 모두 죽을지도 몰라.


제다

황제 폐하나 태자 전하, 황궁 사람들 모두 지금 너의 행방을 걱정하고 있을 거야.


카이

여기 이 사람들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아무데도 없어.

세 왕국 어디에도.


제다

카이, 넌 왕자야. 서둘러 황궁으로 돌아가야 한다구. 안 그러면.


카이

(고개를 저으며) 이대로 이사람들을 남겨두고 떠날 수 없어.

(중얼) 전쟁이라는 것이. 이렇게 비참한 것일 줄은 몰랐어.


제다

.


카이

이제야 알겠어.

형님이 평소에 하시던 말이 무슨 뜻인지.

왜 전쟁이라는 것이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것인지.


말 없이 지는 석양을 바라보는 카이와 제다.

Cut to.

불을 지펴 음식을 장만하는 사람들.

분주히 움직이며 환자들과 노인들의 식사를 돕는 카이와 레나,

간간히 서로 눈빛이 마주친다.

멋 적은 듯 미소를 교환하는 두 사람.

어느새 친숙해진 모습.

Cut to.

통신장비를 손보고 있는 제다.

부서진 부품들을 바꿔 끼워 보며 상태를 체크한다.

초조한 표정.

Cut to.

천막 숙소에서 잠든 환자들과 아이들을 보살피는 레나,

고단한지 손으로 이마를 짚어 본다.

하지만 쉬지 못하고 다시 주위를 보살피는 레나.

그녀의 눈빛이 슬프게 일렁인다.


#. 우주해적선 “리바이던”, 선장실 / 밤

진귀하고 이색적인 물품들로 장식이 된 로스트의 선장실.

창밖을 통해 먼 우주를 바라보고 있는 로스트.

그 뒤로 사원의 대사제가 자리에 앉아 있다.


로스트

(한손에 쥔 술잔의 위스키를 들이키며) 이봐, 영감. 당신도 한잔 하라고.

이 위스키. 구지구의 향기를 유리병 속에 담고 긴긴 세월을 건너 뛰어 온.

시간이 빚어 낸 진정한 예술품이라고 할 수 있지.


대사제

후후후. 자네 역시 초조한 겐가?

이 어마어마한 도박수를 감당한다는 것이.


로스트

(씁쓸하게 웃는다.) 글쎄. 초조하다기 보다는 슬픈 것이겠지.

이 도박이 성공하건 실패하건 결국 우리의 시대는 저물고 있어.

후후후. 인생무상이라더니.


대사제

그것이 존재의 본질이지.

나나 자네나 다 영구한 역사를 돌리기 위해 필요한 하나의 부품일 뿐인 거야.

그 수명조차 아주 짧은.


로스트

역시, 시간을 섬기는 “빛의 사원”의 대사제님다운 말씀이군.

적당이 현학적인. 후후후.

나 역시 당신에게 오래전에 선택된 운명의 아이 중 하나일 뿐이라는 건가?


대사제

(고개를 저으며)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야.

역사가 선택을 하는 것이지.

나는 “시간의 거울”을 통해 미래를 보고

정해진 운명대로 시간이 흘러가도록 할 뿐이야.

그 역사와 시간의 교차점에 자네와 같은 운명의 아이들이 있는 것이지.

아수라와 같은 강력한 에너지의 신물들로 인해

이 우주 안에서 질서는 항상 헝클어지는 법이거든.


로스트

(허무한듯)

후후후.


대사제

 (다시 진지한 표정) 또 다른 운명이 다가오고 있구나.


로스트

(돌아 보며) ???


대사제

네가 무척 반가워 할만한.


묵묵히 다시 창밖을 바라보는 로스트,

술잔을 쭉 들이킨다.


#. 몽타쥬 시퀀스 – 로이의 회상

비행선을 타고 “빛의 사원”으로 접근하는 로이.

전면의 창을 통해 바라 보면.

“빛의 사원” 상공에 떠 있는 웅장한 위용의 “리바이던”호와 그 주위의 해적선단.

유심히 “리바이던”호의 모습을 살펴 보는 로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과거를 회상하는 로이.

화면이 흐려진다.

Cut to.

과거.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격전의 전장.

에르시온과 가이아의 연합군과 카일럼의 부대가 격돌하고 있다.

대규모 연합군 병력에 비해 정예인 카일럼의 부대.

거대로봇과 드래곤을 앞세우고 진을 치고 있는 에르시온의 기갑부대와 가이아의 야수부대.

엄청난 화력을 집결해 전방에 포격을 가한다.

하지만 전방을 보면. 목표 지점에 있던 카일럼의 부대가 섬광을 발하며 순식간에 사라진다.

빈 공간에 쏟아지고 마는 포화.

섬광과 함께 다시 다른 방향에 나타나는 카일럼의 부대.

에르시온의 거대로봇이 급히 방향을 전환에 공격을 가하려한다.

이때, 카일럼의 ‘엑시온’ 병사들이 전진하며 거대로봇들을 일제히 마비시킨다.

마비되어 꼼짝을 못하는 거대로봇들.

이때 다시, 번쩍이는 섬광과 함게 하늘에서 쏟아지는 카일럼의 ‘릿터’ 병사들,

순식간에 에르시온의 기갑부대로 접근해 근접전을 펼친다.

괴력을 발휘하며 기갑부대를 섬멸하는 ‘릿터’ 병사들.

궁지에 몰린 연합군, 가이안의 우주맹수들을 총출동시킨다.

어마어마한 물량의 육상맹수들과 공중맹수들이 끝도 없이 카일럼의 부대를 향해서 밀려든다.

음향파를 쏟아 부으며 진출로를 만들어 주는 가이안의 공중맹수 “로프로스” 부대.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며 맹렬히 다가가는 육상맹수 “로뎀”떼.

하지만 이때, 가이안의 맹수들을 향해 카일럼의 “엑시온” 병사가 포인터를 조준한다.

잠시후. 먹구름을 뚫고 하늘에서 쏟아지는 어마어마한 에너지파.

아수라의 에너지파가 작렬한다.

순식간에 괴멸되는 가이안의 우주맹수들.

Cut to.

혼란스러운 연합군 본진.

아직은 건장한 중년의 황제(당시의 대장군)가 전투를 지휘하고 있다.

그 옆에 서 있는 어린 나이의 로이. (지금의 카이 나이)


대장군

(다급) 황제 폐하의 친정군은 어찌 되었느냐?


지휘관

(괴로운 표정) 완전히 고립되어 거의 괴멸 직전이라 합니다.

이대로라면. 수시간 안에 전멸할 것입니다.


대장군

어서 진로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폐하의 안위가 위태로워 진다.

전력을 다하라!


지휘관

(난처)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미 본군도 전력의 오할 이상을 잃은 상태이옵니다.

이대로라면 진군은 고사하고 본군 역시 괴멸될 수 있습니다.

이미 최후 방어선마저 밀리고 있습니다.


대장군

(절망) 아. 이대로 끝인가.


폐하.

로이

(목청을 높여) 아니에요! 캡틴이 구하러 와 준다고 약속을 했잖아요!

꼭 올 거에요. 로스트는!


대장군

로스트..


지휘관

(고개를 저으며) “리바이던”호와 용병선단은 “아수라”의 작동지역을 통과해야 합니다.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애초에 지키지 못할 약속을.


로이

(버럭) 아니에요! 로스트는 저와 약속하셨다구요!


대장군

(어린 로이를 다독이며) 로이야 그것은.


로이

(분에 겨워 울먹인다.) 와줄 거에요. 반드시. 로스트는.


함성(소리)

“리바이던”이다! / 로스트의 용병선단이다! / 만세! 살았다!


함성소리에 놀라는 일동,

황급히 밖으로 뛰어 나가 하늘을 보며.

선체 전체에서 검을 연기를 뿜어 내며 로스트의 “리바이던”호가 먹구름을 뚫고 하강한다.

환호하는 연합군의 병사들.

뒤이어 “리바이던”호를 따라 내려오는 용병선단들,

카일럼의 부대를 향해 전방위 함포사격을 쏟아낸다.

Cut to.

주춤하는 카일럼의 부대,

섬광을 발하며 공간이동으로 물러난다.

위치를 분산하며 전열을 가다듬는 카일럼의 부대.

Cut to.

붉게. 파랗게. 다시 하얗게 달아 오르는 “리바이던” 호 선두의 대형포신.

잠시후, 가공할 위력의 “파동포”가 카일럼의 최전방 부대를 향해 발사된다.

다시 황급히 공간이동을 시도하는 카일럼 최전방 부대.

하지만 “파동포”의 강력한 에너지장력에 갇혀 워프가 불발된다.

참혹한 비명과 함께 순식간에 소멸되는 카일럼의 최전방 부대.

Cut to.

환호하는 연합군 병사들,

다시 용기를 내며 일제히 진격하기 시작한다.

Cut to.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하늘을 보는 로이.

엉망진창으로 부서져 선체 이곳저곳에서 연기를 뿜어 내고 있는 “리바이던” 호,

하지만 당당한 위용으로 전장을 압도하고 있다.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로이.

Cut to.

“리바이던” 호의 선장실. 젊은 로스트가 전장을 내려 다 보고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영웅의 폐기가 느껴지는 모습.

Cut to.

다시 현재. “리바이던” 호로 진입하는 로이의 비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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