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3. 운명의 아이들 10. 청출어람

오상준
2018-07-21
조회수 233

10. 청출어람


# 우주해적선 리바이던, 선장실 / 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로스트와 로이가 마주 앉아 있다.


로스트

(희미하게 미소를 머금고) 오랜만이군.


로이

(마주 웃으며) 이렇게 뵙게 될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었는데.


로스트

후후후. 나 역시.

내게 비행술과 총검술을 배우던 꼬마가 이렇게 장성해서

에르시온을 대표해 담판을 지으러 올 줄은 몰랐으니까.


로이

방법이 너무 과격하셨어요.

더군다나 세 왕국 모두를 상대로 동시에 도발을 한다는 것은.


로스트

(고개를 저으며) 잘 알잖아.

세 왕국으로부터 동시에 양보를 받아내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로이

...


로스트

자유를 얻기 위해 수십 년간 이 나라 저 나라의 용병으로 싸워왔다.

하지만 다 소용 없는 짓이었지.

결국 자유란 누구가의 도움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어.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쟁취할 수 있을 뿐이야.


로이

(미소) “다른 누구도 자기를 대신 지켜줄 수는 없다”는 거.

떠나시기 전 마지막으로 해 주신 말씀이에요.


로스트

(피식 웃는다.) 그랬던가? 후후후.

내가 주책 없이 너무 멋을 부렸나 보군.


로이

아니요. 그래서 제가 지금 이 곳에 왔어요.

저와 제가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기 위해.


로스트

좋은 자세군. 후후후.

모범생이야.


로이

크롬과 3년의 휴전을 약속 받았습니다..

이번 사태를 무사히 해결해 낸다는 조건으로.


로스트

!!!


로이

개척지 어디든 터전을 잡고 나라의 기틀을 세우세요.

그 3년 동안 세 왕국 중 어느 곳도 방해하지 않을 거에요.

그 동안 새롭게 개척한 땅은 전부 자유공화국의 영토로 인정될 겁니다.

인질들이 석방되는 순간, 이 모든 약속은 제 입을 통해 세상에 공표될 겁니다.


로스트

(고심한다.) .


로이

동의하신다면 저는 곳 에르시온 의회의 승인을 얻으러 떠나겠습니다.


로스트

(흐뭇하게 웃으며) 흠. 상대가 거절할 수 없게 만드는 법을 아는군.

이젠 청출어람인가.


로이

(미소) 동의하신 것으로 알겠습니다.


로스트

제자와의 옛정을 생각해 특별히 일주일의 시한을 주지.


자리에서 일어나 목례를 하는 로이,

뒤돌아 나가려 한다.

이때 다시 말을 건네는 로스트.


로스트

그런데 말이야.


로이

(돌아 본다.) ???


로스트

사라졌던 “블랙팔콘”이 에르시온 땅에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

아무나 조종할 수 있는 비행선이 아니기에 난 네 것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던가?


로이

(고개를 저으며 미소) 아니요. 이제는 다른 사람이 주인입니다.


로스트

(웃으며) 그게 누군지 말해 줄 수 있나?


로이

세상에서 제가 가장 믿는 아이.

그리고 누구보다도 강한 전사로 성장할 미래의 영웅.


로스트

(마주 웃는다.) 후후후. 그렇군. 그랬어.


잠시 말없이 마주 웃는 두 사람.


#. 정착촌 촌로의 집 / 낮

촌로의 집. 심각한 표정으로 마주 앉은 카이와 촌로.

카이

곧 다시 들이 닥칠 거라는 거지요.


촌로

지난 수년 간 온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함쳐 겨우 삶의 터전을 일굴 수가 있었다.

힘겹게 주위 환경을 지구화하고 경작지를 가꾸었지.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화적떼가 들이닥쳤다.

그리고 당장 이땅을 넘기고 다른 곳으로 떠나라고 요구했지.

우리가 피땀 흘려 겨우 지구화하고 경작해 낸 이 땅을

“상인길드”나 외계족속들에게 헐 값에 팔아넘기려는 속셈이었던 게지.

하지만 우리는 떠날 수가 없었다.

어떻게 가꾼 삶의 터전인데.


카이

..


촌로

백방으로 군대를 요청했지만 세 왕국 중 어디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어.

결국 우리 스스로 우리를 지키는 수밖에 없었지.

마을 사람들이 자경단을 만들고 대항했다.

총을 들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아낙내와 꼬마들까지 모두 나서 싸웠어.

하지만 마을은 파괴되었고, 대항하던 사람들은 잔인하게 도륙당하고 말았지.

우리는 겨우 마을을 빠져 나가 피신했다가 다시 마을로 돌아 온 게다...


카이

(심각한 표정) 그랬군요.


촌로

마을에 돌아와서 화적떼에게 맞아 죽든.

아니면 오지의 밀림에서 굶거나 병들어 죽든.

결국 죽는 것은 마찬가지니까.

마을에 다시 사람들이 돌아 온 걸 안다면, 언제라도 들이닥칠 게다.

그 짐승 같은 놈들이. (카이를 보며) 그러니 어서 도망을 치거라.

보아하니 너희들은 어디든 갈 데가 있는 듯 보이니.


카이

..


촌로

여기 있다가는 우리들과 함께 개죽음을 당하고 말게야.


#. 에르시온 왕국, 중앙의회의 대회의장 / 낮

에르시온 왕국의 중앙의회 대회의장. 로이가 좌중을 향해 연설을 하고 있다.


의원1

(격앙된 어조로) 어찌 의회와 단 한번의 상의도 없이

그런 엄청난 일을 꾸밀 수 있는 것이오.


의원2

(동조하며 성토) 아무리 황태자라 한들 이것은 반역행위나 다름 없는 것입니다.


동요하는 중앙의회의 의원들과 연맹의 영주들.

의장석에 앉아 야릇한 미소를 머금고 로이의 연설을 듣고 있는 크산.


로이

(당당하게) 이제 모든 것은 여러분들의 손에 달렸습니다.

전쟁과 평화, 그리고 무고한 희생과 무사 송환 사이에서 무엇을 택할지 결정하십시오.

하지만 만약 그릇된 선택을 한다면 누구도 역사 앞에 용서 받지 못할 것이며,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 주십시오.


좌중

(위세에 주눅이 들어) ..


크산의 눈치를 살피며 안절부절 하는 의원들과 영주들.

이때 자리에서 일어서는 크산, 연단으로 나선다.


크산

(로이를 바라보며) 저는 중앙의회의 의장이자 연맹 영주들의 대표로서

로이 태자께서 보여준 용기와 결단에 경의를 표합니다.


좌중

!!!


크산

기꺼이 위험을 감수한 로이 태자의 노고에 감사 드리며,

인질들의 무사송환을 위해 중앙의회와 연맹의 영주들 모두 적극 협조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


좌중

(당황하며 술렁거린다.) .


박수를 치는 크산.

눈치를 보다가 하나 둘 따라서 박수를 치는 의원들과 영주들.

곧 우뢰와 같은 박수 소리가 실내를 가득 메운다.

크산, 미소를 머금은 채 목례를 하고,

로이, 목례로 답하며 예를 갖춘다.

미묘하게 교차하는 로이와 크산의 시선.


#. 정착촌의 통신소 건물 / 낮

부서진 통신시설 앞에 마주 선 카이와 제다, 레나.

심각한 표정의 세 사람.


제다

완전히 부서져서 고칠 수가 없어.

 교신이 가능한 가장 가까운 도시는 이곳에서 이틀 거리 밖에 있어.


카이

“에쉬”, 니가 “조안”과 함께 그곳까지 가서 군대의 지원을 요청해 줘.


레나

..


제다

너는?


카이

화적단이 언제 들이 닥칠지 몰라.

하지만 사람들은 지금 지치고 다쳐서 이 마을을 떠날 수가 없어.

나는 여기 남아서 마을 사람들을 지킬 거야.


제다

무모한 짓이야.

이건 실전이라고. 게임이 아니야.


카이

(미소) 알아. 하지만 이대로 내버려 두면 모두 죽고 말 걸.


제다

너도 죽을 수 있어.


카이

그것도 잘 알아.

하지만 싸울 거야.


제다

너 지금 제정신이니? 네 처지를 생각해.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구.


카이

(고개를 저으며) 나를 위해서 싸우는 거야. 확인하고 싶어.

내가 믿고 있는 것을 나 스스로 지켜낼 수 있는지.


레나

..


카이

여기서 가이아가 가깝다고 들었어.

통신이 가능한 곳까지 간다면 네가 군대를 데려 올 수 있을 거야.

부탁이야. 어서 출발해줘.

돌아 올 때까지 내가 마을과 사람들을 지키고 있을게.


제다

이런 고집불통.


카이

(레나를 보며) 서둘러. 언제 화적단이 들이 닥칠지 몰라.


레나

(단호) 나도 여기 남아 있을 거야.


카이, 제다

!!!


레나

아픈 노인들과 어린 아이들이 많아.

누군가 보살펴 줘야 해. 외부의 도움이 올 때까지.


카이

하지만 여긴 너무 위험해.


레나

너도 남았잖아. 그런 배려 받고 싶지 않아.

여기 사람들은 지금 나를 필요로 해.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남아 있고 싶어.


제다

이거야 원.


카이

..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시선을 교환하는 세 사람.

Cut to.

건물 앞. 비행보드에 올라 탄 제다와 나란히 마주 선 카이와 레나.


제다

(굳은 표정) 기다리고 있어.

내가 돌아올 때까지 무사하지 않으면.

둘 다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야.


카이

(미소) 무서운데.


레나

꼭 지원군을 데리고 와 줘.

기다리고 있을 게.


싱긋이 웃는 카이와 레나.

제다, 비행보드를 출발시킨다.

빠른 속도로 하늘을 날아 마을을 벗어나는 비행보드.


#. 정착촌 인근의 오지 / 낮

비행보드를 타고 질주하는 제다.

굳은 표정으로 좌표를 확인한다.

최고 속도로 날아가는 비행보드.


#. 정착촌 곳곳 / 낮

부상트레일러의 짐칸을 정리하는 카이.

싣고 온 각종 무기들을 펼처 놓고 종류별로 살펴 본다.

평소와 달리 진지한 표정.

Cut to.

아이들과 함께 길목 곳곳에 부비트랩을 설치하는 카이.

땀을 훔치며 작업에 열중한다.

카이의 지시에 따라 힘을 쏟는 아이들의 모습.

카이, 작업이 서투르기만한 아이들을 다독이며 격력해 준다.

함께 작업을 하며 환하게 웃는 카이와 아이들.

Cut to.

천막 숙소에서 환자들을 간호하다 카이의 모습을 보는 레나.

카이와 그 주위에 모인 아이들의 모습에서 뭉클함을 느낀다.

카이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가 잔잔히 흔들린다.


#. 신지구 인근 우주, 선두 수송선의 조종실 / 밤

Insert.

“빛의 사원”을 향하는 수송선단. 여러 기의 대형수송선이 무리를 지어 항진하고 있다.

그 주위를 호위하며 이동하고 있는 일단의 우주전함들.

Cut to.

전방을 주시하며 조종실의 중앙에 서 있는 로이.

주위에 떠 있는 모니터 창들 속으로 주위 함선의 선장들이 보인다.


로이

호위전함은 여기에서 대기 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수송선단만 계속 항진합니다.


일동

네!


전방의 창으로 좌우로 비껴나가며 주위에 정지하는 우주전함들의 모습이 보인다.

Insert.

멈춰선 우주전함들.

그 사이로 계속 항진하는 수송선단.


#. 선두 수송선의 작업실 / 밤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작업 중인 선원들.


선원1

(궁시렁) 젠장. 호위전함도 없이 해적 소굴로 뛰어 들다니.


선원2

(궁시렁) 한마디로 우리 태자 저하께서 간땡이가 부은 게지.


선원3

대단하신 분이야.

어쨌든 담판으로 총 한방 안 쏘고 그 복잡한 사태를 해결했지 않느냐 말이야.


선원들

흠.

하긴.


이때, 윤기를 머금은 반투명의 인간 형체들이 어둠 속에서 나타난다.

선원들의 뒤로 접근하는 형체들. 은밀하지만 기만한 움직임.

Cut to.

어두운 작업실 구석. 신음을 하며 쓰러져 있는 선원들.

반투명한 플라스틱 몸체의 괴인들이 선원들을 제압한 후 제복을 탈취해 입고 있다.

복장을 착용하자 차례차례 쓰러진 선원들의 모습으로 변하는 괴인들,

선원들의 모습으로 감쪽같이 바꿔 치기가 된다.


괴인1

(기분 나쁜 웃음소리) 크흐흐흐. 신원탈취 성공.


괴인2

스켄모드는 앞으로 여섯 시간 지속된다.

그 안에 침투를 완료해야 해.


괴인3

“암흑길드”의 쇼타임이 다가 오고 있군. 쿠흐흐.


손끝에 에너지를 모아 쓰러진 선원들을 향해 분사하는 괴인들.

선원들의 몸이 분자분해되며 순식간에 기화돼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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