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 잃어버린 낙원 (Paradise Lost) 5. 구원자 (Savior)

오상준
2017-12-02
조회수 585

5. 구원자 (Savior)


기능을 상실한 방주들이 우주 공간을 부유하고 있었다. 부유하던 두 방주가 충돌한다. 충돌의 여파는 도미노처럼 부유하는 다른 방주들에게 전해졌다. 방주들에선 충돌로 생긴 틈 사이로 반짝이는 가루들이 쏟아져 나온다. 무수히 많은 시체들이었다. 여기저기 둥둥 떠다니는 방주들과 파편들이 널려있어 난파선의 무덤과도 같았다. 그 사이로 미약하게 구조신호가 흘러 나온고 있었다. 구조신호가 수신된 아케론호의 조정실에 인류의 마지막 약속을 발신한 피터가빈 선장과 항해사 데런 커쇼가 무전기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무전기속 음성

S.. O.. S..


데런 커쇼

선장님!

구조신호입니다!


피터 가빈

수신하게.


데런 커쇼

채널을 열겠습니다.


무전기속 음성

헉.. 헉.. 여긴 네브카드 호

살려.. 주세요..

S.. O.. S..


피터 가빈

여긴 아케론, 라저!

네브카드호, 귀하의 직책과 이름을 알려주시오.


피터 가빈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같은 말을 반복하는 무전기속 음성.


무전기속 음성

여긴 네브카드 호...

살려...주세요...


피터 가빈

여긴 아케론,

누구인지 밝히시오.


무전기속 음성

...

살려...

오~ 신이시여!

드...들립니까?

저...저는 네브카드 호의 선장, 율리시스 웰입니다.


피터가빈

네, 캡틴 율리시스 웰.

위치와 피해상황을 알려주시오.


율리시스 웰

여...여긴...

어디냐면...

하아...항법장치에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군요...

산소 발생기 외에 다른 장치들은 모두 꺼버렸습니다...

어제 달을 지나왔는데...

여긴....

죽음의 바다 같아요...

살아있는 방주가...

없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가빈선장은 무전기를 잠시 끊으면 항해사 데런에게 재촉하듯 물었다. 데런은 다급한듯 모니터를 보고 확신이 없는 듯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피터 가빈

위치를 알수 있나? 데런


데런 커쇼

수신된 위치는.. 약.. 40만킬로 정도 떨어진 곳입니다.


피터 가빈

9시간 정도 걸리겠군.


율리시스 웰은 제정신이 아닌듯 중얼거리는 듯한 소리로 계속 말을 반복했다.


율리시스 웰

우리는... 공기가 부족해서,

충돌로 인해 선체는 부서졌고,

공.. 공기가 부족해서..


데런 커쇼

제정신이 아닌 것 같습니다.

‘팬도럼’ 일수도 있는데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피터가빈

궤도 이상 증후군이라..


데런커쇼

저희 함선도 충분하지 않은 식량과 산소를 나눠써야 하고...

선장님, 다른 방주들은 구조 신호 자체를 스캔 하지 않습니다.


함께 탈출한 몇기의 방주가 아케론호와 근처에서 유영하듯 서로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가빈 선장은 데런에게 슬픈 미소를 띠며 애원하듯 말했다.


피터 가빈

지구를 떠난 인류에게 우주는 항상 위험한 곳이지...

그렇기에 더욱 구해내야 하지 않겠나?

지구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같은 ‘인류’로써..


조종실에 일순간 정적이 흐른다. 데런은 결심한듯 대답했다.


데런 커쇼

네, 출발 명령 내려주십시요

선장님!


피터 가빈

네브카드 호, 남은 공기는.. 아니 시간이 얼마나 남았습니까?


율리시스 웰

헉.. 헉.. 이제 12시간 정도 남은 것 같아요..


피터 가빈

12시간! 충분히 갈 수 있습니다.

버텨 보세요.

위치까지는 9시간.. 살릴 수 있어!

아케론호  구조신호 지점으로

전속력 발진!


한편, 플랜트는 이바니치코프의 관측에 따라 지구 궤도를 벗어나 태양계 외각으로 향했다. 자원이 풍부한 소행성 지대로 이동하기 위함이었다. 발모어 회장은 마치 지구의 빈민촌 같은 비좁은 골목에 있는 로버트의 은신처를 찾았다는 기쁨도 잠시 이내 굳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옆에 있는 캡틴에게 고맙다는 눈인사를 가볍게 하고 이내 결심한듯 문을 두드리고 있다.


피터 발모어

똑똑, 문좀 열어보게.


로버트 버튼

꺼져! 꺼지라구.


피터 발모어

휴..


이바니치코프는 모퉁이에 숨어서 쓸쓸히 돌아서는 발모어를 보고 그제서야 그의 집 문 아래로 술을 한병 놓고는 일어나 천천히 돌아섰다.


이바니치코프

여기 술.. 놓고 가네.


로버트는 손만 내밀어 잡아든 술병에 붙은 메모를 보던 얼굴이 굳어지며 돌아가는 이바니치코프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로버트 버트

난..파.선? 정말?


로버트의 목소리를 들은 이바니치코프가 멈춰서서 무심한 듯 이야기를 했다.


이바니치코프

그렇다네.


다시 희망을 품고 플랜트의 중앙 통제실에 당도한 로버트는 그 우주선들 중 상당수가 급조된 우주선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아무런 대책도 마련할 수 없었던 지구 정부들이 폭동을 막을 목적으로 급조한 것으로 태양계를 벗어날 능력조차 없어 모두가 전멸할 수밖에 없는 구명보트 수준이었다.


피터 발모어

잘 왔네, 로버트. 잘 왔어.


로버트 버튼

피터, 사람들을 꼭 구해야합니다.


피터 발모어

물론이지. 자네가 직접하면..


로트필드 오퍼니지

아아, 잠깐만요!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 도리가 없군요.


거대기업들을 대표하듯 로트필드 남작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뱀처럼 빠져 나갔다.


로버트 버튼

난파선들을 꼭 구조해야 합니다!


로트필드 오퍼니지

친애하는 버튼 박사, 인도주의적인 입장은 이해하지만,

대규모의 난민들을 구출할 경우 거주 공간이 부족해지면 어떻게 하지요?


로버트 버튼

공간문제라면 팝업할 수 있는 곳이 여러군데 남아 있습니다!

걱정 하지 않아도 됩니다.


로트필드 오퍼니지

하지만 그들로 인해 공기나 식량이 부족하여 자칫 주객이 전도되는 일이 발생할까 우려가 되는군요.

이 우주선이 누구의 자본으로 건조되었는지 상기하길 바랍니다.

그들이 우리의 마지막 자산을 침범하는 것을 좌시할 순 없어요.


로버트는 분노에 휩싸였다. 이렇게 될바엔 일을 저지르기로 결심했다.


로버트 버튼

너희들의 욕심 따윈 상관 없어!

어떻게든 플랜트를 움직여 우주선들을 도킹시킬 테니까!


로트필드 오퍼니지

캡틴!


캡틴 로스트

네! 


캡틴이 무장사병에게 손짓을 하자 사병들은 로버트를 순식간에 둘러싼다.


이바니치코프

그만해요!

 만약 버튼 박사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항해지도를 모두 지워 버릴껍니다!


피터 발모어

잠깐! 

로트필드 경, 이야기를 좀 합시다.


발모어는 거대기업의 이사들을 다른 방으로 데리고 갔다.


로버트 버튼

캡틴, 저들을 구해야 합니다.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에요.

제발, 도와 주세요.


캡틴 로스트

죄송합니다. 존경하는 두분 박사님.

전 명령에 따를 뿐, 그럴 권한이 없습니다.


안나

아.. 저.. 씨


이바니치코프의 딸 안나는 평소에 친절하게 대해 주던 캡틴 로스트에게 주저없이 다가가서는 그의 팔소매를 당겼다. 캡틴은 마치 안나가 모든 긴장한 어른들을 일순간 멈춰서게 만든 듯 보였다. 그리고 계속 이렇게 평화롭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 잔잔하게 일어나는 걸 느끼며 안타까운 표정이 되어 물끄러미 안나를 바라봤다.


이바니치코프

로버트, 피터를 기다려보자..


그러는 사이 한시간 후쯤 이사진들은 로트필드를 앞세우고 다시 로버트 앞으로 돌아왔다. 거대기업 이사들의 얼굴은 어딘가 무척 흡족해 보였다. 발모어 회장이 그들의 생각을 바꾸는데 성공한 듯했다.


로트필드 오퍼니지

더 좋은 방침을 마련했소.

우리 모두 승리자가 되는 방법이지요.


로트필드 남작이 비열하게 웃으며 말했다.


로트필드 오퍼니지

그들의 우주선을 우리 플랜트와 도킹시키는 걸 허락하겠소.


로버트 버튼

정.말.이.요?


로트필드 오퍼니지

그들에게 식량이나 에너지, 우리 플랜트의 시설을 제공해도 좋아요.

 대신 그들은 우리에게 플랜트 사용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로버트 버튼

이익!


로트필드 오퍼니지

여기가 아무리 우주라도 우리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입니다.

당연히 투자에 대한 대가는 받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발모어 회장이 내게 간절한 표정으로 눈을 맞췄다.


피터 발모어

로버트..


로버트 버튼

알겠어요...


이바니치코프

휴~


로트필드

좋소~

그리고 요리를 아주 잘하는 사람이 있다면 비싸게 사 주겠소.


로버트는 이것이 그의 작품임을 깨달았고, 일단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 비록 구해주는 대가로 사용료를 받는다는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발모어 회장의 협상을 깨트려서 하나뿐인 아군을 잃고 싶지 않았다. 이사회의 승인이 떨어지자마자 버튼 박사는 중앙통제센터로 가서 플랜트를 직접 조작해 우주선들에게 도킹 신호를 보냈고, 플랜트의 여러 도킹지점으로 우주선들을 붙여 사람들을 구출했다.  급조된 우주선의 가혹한 환경에 놓여 있던 생존자들이 구출되어 플랜트의 거주 시설에 임시로 수용되었다. 각 기업의 직원들이 생존자들을 보살피는 동안 이바니치코프 박사는 더 많은 우주선을 구조하고자 통신기에 매달렸다. 그들의 분주함을 뒤로하고 우주선의 맨뒤 부분에는 로트 필드의 방주속 한섹터를 모두 차지하고 있는 중세 성모양의 저택이 비웃듯 고고하게 서있다. 그리고 그 성의 금고에는 금은과 음식, 와인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 무게만큼 사람들이 타지 못한 것이다. 그중에는 로버트의 친구 찰스도 있었다.


플랜트는 난파된 우주선을 하나둘씩 구출하면서 거대한 선단으로 변모해 가고 있었다. 그때부터 플랜트에 탑승한 사람들은 하나둘씩 이 선단을 엑소더스 선단이라 불렀다. 결국 모두들 이 이름을 받아 들였고 프랜트에 도킹된 모든 우주선에는 소속감을 위해 엑소더스 선단이라는 이름이 칠해졌다. 선단은 태양계를 넘어 멀리 떨어진 소행성 지대를 향해 나아갔다. 그곳에 있는 자원들만이 향후 선단의 미래를 약속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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