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 잃어버린 낙원 (Paradise Lost) 7. 구원 (Salvation)

오상준
2017-12-06
조회수 458

7. 구원 (Salvation)


몇년 후 가이아를 창조한 위대한 영웅 가빈 선장은 완벽한 농부가 되어 있었다. 첫 추수가 시작되었고 선장은 직접 만든 낫으로 밀을 수확했다. 율리시스 웰은 싱그러운 곡물 냄새에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워졌다. 이 작은 세상은 너무나도 포근해서 우리를 약하게 만들것 같았다. 마침 곁을 지나던 가빈 선장에게 말했다.


율리시스 웰

세상이 작아진 만큼 우리의 후손들은 우물 안 개구리가 될 거에요.

나중에 우리의 아이들이 넓은 세상에 결국 도착해서 겁을 먹으면 어떡하죠?


피터 가빈

어이~ 걱정대장, 염려말라구.

애들한테 우리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면 되지.


가빈 선장은 쿨하게 대답했다.


율리시스 웰

네?


하고 되묻자, 선장은 신바람이 난듯 말했다.


피터 가빈

우리가 지구에서 살던 이야기를 듣고 꿈을 꾸게 하면 되는 거야.

그럼 애들은 자자손손 그 얘기를 들려줄테고 나중에 가면 우리 이야기는 전설이 되겠지.

나중에 새로운 지구에 도착했을때 그 전설을 확인하겠답시고 겁대가리 없는 녀석이 나타나면 아무 문제도 없을걸세.


율리시스는 가빈 선장의 말을 듣고 무언가를 깨달았고, 대대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줄 이 회고록을 짓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적은 모든 것이 이 글을 읽는 그들의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에게는 전설 같이 느껴질지도 모른다.


‘우린 언젠가 날개를 접고 하늘에서 내려가

대지의 신과 함께 땅을 밟고 젖과 꿀이 흐르는 낙원에서 살게 될 것이다.

넘쳐나는 맑은 물과 작렬하는 불타는 대지와 눈 덮힌 산들을 갖게 될 것이다.

우린 그것을 신세계라 부르고 신지구라 이름 붙일 것이다.

노래하라! 우리의 아들, 딸들이여!

그날을 위해 위태로운 조각배를 젓고, 타는 듯한 목마름을 견뎌라.

거친 파도보다 큰 외로움을 이겨내라.

맹세하라!

새로운 땅이 보이거든 용감하게 큰 걸음을 내딛겠노라고.

비록 무서운 맹수와 그보다 더한 두려움이 있어도 이겨 내겠노라고,

끝까지 가 보겠노라고.’


기함 아케론호 초대 항해사 율리시스 웰의 회고록 중 마지막



만년의 세월이 흐른 후, 가이아의 우주복을 입은 조종사가 우주선 밖에서 해치에 얼굴을 대고 다급한듯 유리창을 두드리고 있다. 우주선 안에서 책을 보고 있던 2급 항해사 클라단이 놀라듯 창밖을 보고 미안한듯 서두른다. 둔탁한 유리창 너머로 소리가 들려온다.


누마미스

탕.. 탕.. 탕!


클라단

아.. 미안.

책을 읽느라 문 두드리는 소리를 못들었어.


누마미스

젠장. 밖에서 3분이나 있었다구.


클라단

미안 정말 미안해..

제발 보고서에는 적지 말아줘.


누마미스

좋아~ 그럼 식사를 보고 생각해보지.


클라단은 서랍에서 식량봉투를 꺼내 전자레인지처럼 생긴 예열기에 넣으며 화제를 돌리려는 듯 누마미스에게 물었다.


클라단

금방 준비해 줄테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우주선 상태는 어때?


누마미스

휴~ 다행히 안테나가 부서지진 않았어.

아마도 작은 운석이었던 것 같아.


클라단

수리는 잘 끝난거야?


누마미스

아니, 부품이 맞는게 없어서 다시 만들어야 해,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누마미스는 3D 프린터에 고장난 파트를 넣고 계기판을 터치하며 걱정스럽게 대답했다.


클라단

자~ 여기 대령했습니다요.


누마미스

젠장, 목숨을 걸고 수리하는 항해사한테 감자 한 조각이라니.

와인이라도 한잔 준비해 줘야하는거 아냐~


클라단

그래도 항해사라 감자지. 다른 사람들은 인스턴트 블럭이라고.


책상위에 놓여 있는 책을 흘낏보며 클라단을 궁금하단듯이 본다.


누마미스

아뭏든 챙겨줘서 고마워.

뭘 보고 있었길래 문 두드리는 것도 모른거야?


클라단

초대 항해사의 일기


입에 감자를 넣고 우물거리며 클라단에게 걱정스럽게 물어본다. 누마미스는 형편없이 망가진 곳이 많은 우주선 외관을 보고 들어와서인지 좀 우울해져 있는 것 같았다.


누마미스

휴~ 우리 우주선은 얼마나 버텨줄까?


클라단

글쎄~


누마미스

인간이 살수 있는 행성이란게 있기는 한걸까?


클라단

있겠지~ 우리 은하에만 생존 가능행성은 100억개도 더 된다구.

머 영화에서 나오는 워프라던가 웜홀 같은걸루

휙 타고 그냥 갔으면 좋겠다.


누마미스

웜홀이라?


클라단

머 그래도 우린 비슷한걸 발명한거야~


누마미스

무슨 소리야?


클라단

우리가 살수 있는 작은 지구, 가이아

어쨌든 가고 있자나 천천히라두.

내가 못가서 그렇긴하지만

머 내 아이들에 아이들에 아이들이 간다면 내가 간걸로 치자구. ㅋㅋ



누마미스

ㅎㅎ 듣고보니 그러네.


클라단

한 세대에 안된다고 절망한 필요는 없어.

비록 부품은 맞지 않더라도 말이지~


신호음

삐익~ 삐익~ 삐익~


누마미스

이신호는? 처음 듣는 걸!

우주선이 빨라지고 있어!


클라단

블랙홀인가? 항성인가?


누마미스

조정버튼을 잠궈놨어?


클라단

아니!


누마미스

우주선이 끌려가고 있어!

컨트롤이 안돼!


비상시를 알리는 방화종 신호가 삐잉삐잉거리며 빨간 비상등이 곳곳에 켜졌다. 누마미스는 이일을 상의하기 위해 아케론호의 기도원 숙소로 가서 가장 늙은 현자인 대수도사 아스테라를 깨워서 주 조종실로 모셔왔다.


누마미스

우주선을 조종할수가 없어요!

아스테라

무슨 소리냐? 자세히 이야기를 해봐!


누마미스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어요!


아스테라

블랙홀은 아니고?


누마미스

분명 블랙홀은 아니에요!


아스테라

그걸 어떻게 알아?


누마미스

속도가 점점 빨라지다 느려지고 있어요.

이건 분명 인위적으로 끌려가고 있는거에요!


아스테라

그럼 우리가 누군가에게 붙잡혀 가고 있다는 건가?


누마미스

네!


클라단

우리가 가고 있는 곳을 알아 냈어요!


누마미스

어디야? 어떤 거야?


클라단

음.. 그러니까 다행이도 행성이야.


누마미스

어떤 곳인지 최대한 자세히 알아봐줘.

난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전하고 최대한 진정을 시켜볼께.


신지구가 보이는 수도원 유리 돔 아래에서 대다수는 겁에 질려 있었다. 이 세상을 벗어나자고 주장하는 게 대단한 용기를 필요케하는 일일 줄 아무도 몰랐다.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고 저마다 웅성거렸다.


누마미스

자그마치 만년만에 우리가 살 수 있는 행성을 발견한 거라구요.


프라하스

저기에 무엇이 있을지 아무도 모르잖소.

무엇이 있을지 알 수도 없는데 우리 세상을 파괴하는 대가를 치르면서 나가잔 말이요?


클라단

그럼 남겠다구요?

여기 남으면, 어떻게 될까요?

눈을 감고 한번 생각해 보세요.

내일 이 방주에서 다시 눈을 뜨고 날아오는 유성들과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를 걱정하며 평생을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용기를 낸다면,

이 빌어먹을 파르에 의지하지 않고 가슴으로 마음껏 숨쉴 수 있다는 뜻이지요.

 추수한 것들과 그것들을 나눌 사람 숫자를 헤아리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고요.

이제 더 이상 우리가 싸지른 오줌을 정수해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우리가 낳을 아이들을 허락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지요.


듀발

...

그래도 그냥 끌려가면 안 되는거 아냐?


누마미스

끌려가는걸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우리에겐 없습니다.


안하는건 아니고?


클라단

뭐라구요?


평소에는 긍정적이고 명랑한 클라단은 성질이 급했다. 누마미스는 클라단을 말리며 이야기했다.

누마미스

못하는 것이지만, 그래서 더욱 이 지긋지긋한 유랑이 끝내야 합니다!


이엘

난 이곳에 남고 싶어요.

여기엔 집도 있고, 밭도 있고 살곳이 다 있는데, 저기서 나쁜 병이라도 걸리면 어떡해요.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아나타

파르가 있어서 병에 걸릴 염려는 없어요.


네론

조사결과 공기도 깨끗하고 숲과 들판과 심지어는 바다도 있데요.


듀발은 같은 오로바스족이지만 네론을 한심한 듯 바라보며 이야기를 했다. 훔은 듀발보다 나이가 더 있었지만 경망스럽게 맞장구를 쳐댔다.


듀발

그렇게 낭만적인 소리를 할 때가 아니라구.

가이아는 한번 내려가면 절대 우주로 다시 나올수 없다구.

지금 우리 기술로는.


자네 말이 맞네.

게다가 괴물들이 득실대면 어쩔건가?


클라단

설령 괴물이 있다면 같이 맞서 싸우면 되지요.

게다가 테이밍도 할 수 있자나요.


듀발

그건 우리가 잘 아는 동물이니까 가능한거지.


맞네, 자넨 정말 마음에 드는 소리만 하는군,

무책임한 아가레스들하곤 차원이 달라.


가이아는 오랜 세월 동안 직업별로 종족처럼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어서 그들 사이에는 이해관계가 달라서 서로 갈등하곤 했다. 특히 항해사인 아가레스 족과 공기와 식량을 책임지는 오로바스 족이 가장 세력이 강했는데 그둘은 늘쌍 으르렁 거리곤 했다.


클라단

당신들도 밖에 나가서 고장난 우주선을 하루라도 고쳐보고 이야기하란 말야.

우리가, 이 우주 방주가 하루 하루를 어떻게 버티는지 말이야.


듀발

흠~ 너희도 그럼 이 가이아가 어떻게 음식과 산소를 만들어내는지 해봐.

머 할 수나 있다면 말이야.


네론

지금 그런 말싸움이나 할 때입니까?


누마미스는 무슨 용기로 말을 꺼냈는지 모르겠지만 클라단이 읽던 율리시스 웰의 회고록의 마지막 문구가 마음속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누마미스

저기요.

잠깐만 주목해 주세요!

제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아스테라

해 보시게.


사람들의 이목이 누마미스에게로 쏠렸다. 좀 무서웠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방주에서 모인적도 없고 그들 모두에게 진지한 시선을 받는 경험은 처음이어서 몸이 덜덜 떨렸지만 입에서 저절로 말이 튀어나왔다. 핏속에서 뜨거운 기운이 끓어 올랐다.


누마미스

전 아케론호의 96대 항해사 입니다.

제 선조께서는 여러분도 잘 아는 가빈 선장을 보조하셨죠.

네 그 가빈 선장이요.

우리의 구세주이자 전설적인 영웅이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그분들께서는 우리에게 역사적 사명을 내리셨어요.

멸망한 지구를 떠나, 새로운 지구를 찾아서 그곳에서 다시금 인류문명을 재건하라는 사명을 말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여기서 머뭇거리시는 분들을 우리 조상님들이 보았으면 무척 화를 내셨을 겁니다.

저길 보세요.

저기 있는 저 푸른 별을 보란 말입니다.

저게 바로 신이 내린 진정한 선물이에요.

지금이야 말로 선조들의 염원을 이룰, 자그마치 만년만에 찾아온 기회란 말입니다.


이 말을 듣고 있던 라미가 나즈막히 노래를 흥얼거린다. 율리시스 웰의 회고록에 피터가빈 선장이 곡을 붙여서 모든 사람들이 어릴때부터 늘 듣고 자랐던 노래였다.


라미

우린 언젠가 땅을 밟고 대지의 신 가이아와 함께 젖과 꿀이 흐르는 낙원에서 살게 될 것이다.

넘쳐나는 맑은 물과 작렬하는 불타는 대지와 눈 덮힌 산들을 갖게 될 것이다.

우린 그것을 신세계라 부르고 신지구라 이름 붙일 것이다.

노래하라! 우리의 아들, 딸들이여! 그날을 위해 위태로운 조각배를 젓고, 타는 듯한 목마름을 견뎌라.

거친 파도보다 큰 외로움을 이겨내라.

맹세하라! 새로운 땅이 보이거든 용감하게 큰 걸음을 내딛겠노라고.

비록 무서운 맹수와 그보다 더한 두려움이 있어도 이겨 내겠노라고, 끝까지 가 보겠노라고.


선조의 유지를 담은 노래를  듣자 따라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다들 숙연해졌다. 아스테라는 모든 사람들에게 선고하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는 기도를 시작했다.


아스테라

우리 각자가 믿고 싶은 것을 믿으며 서로를 욕하지 않게 가이아께 기도합시다.

그리고 각자의 자유의지로 결정합시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우리는 하나로 뭉쳐서 싸웠기 때문에 지금껏 살아 남았다는 사실을!


사람들

저는 땅을 밟겠습니다.

저도 아버지한테 그 노래를 들었습니다.

해야지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유지이신데.

저도 가겠습니다.

저도요.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나도.

나도 하겠네.


아스테라가 손을 들어 기원을 시작하자 다들 두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다.


사람들

가이아시여~

우리를 살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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