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 잃어버린 낙원 (Paradise Lost) 9. 시험 (Temptation)

오상준
2017-12-07
조회수 434

9. 시험 (Temptation)


방주가 착륙할 때 생긴 충격과 폭발이 매우 세긴 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사람들은 한명도 죽지 않았다. 불시착한 곳은 지구의 가이나 고원 같은 넓고 평평한 곳이었다. 안개에 쌓여 고원은 마치 하늘에 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땅에는 풀이 나 있었지만 꽤 추웠다. 그리고 맨끝에 보이는 유리처럼 반짝이는 절벽이 있었다. 누군가 일부러 신호를 보내기 위해 만든 반사판처럼 보였다. 하지만 방주에서 나오는 사람들에게 눈이 빨갛게 빛나는 늑대같은 괴물들이 수도 없이 다가오자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여 반대편인 유리절벽을 향해 뛰었다. 벽에 좁은 동굴 입구가 있는 걸 발견하고는 사람들을 피신시켰다. 문이 뚫려 있었지만 다행히 눈이 빨간 괴물들은 이곳을 겁내는 듯 보였다.

처음 도착한 가이아인들이 지하세계에서 본 것은 어마어마한 것들이었다. 지하에 마련된 것은 가이아인들이 모두 들어갈 정도로 크고 아름다운 궁전이었다. 하지만 낡고 폐허가 되어 있었고 식물들의 줄기가 틈틈히 자라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궁정의 중앙홀에 사람들이 모두 모여 밖에 있는 괴물들을 물리칠 궁리를 했다. 들어온 곳 맞은 편으로 페르시안 양탄자처럼 보이는 길이 쭉 놓여 있었다. 오래된 양탄자가 점점 새것처럼 변해가는 희한한 길이었다. 클라단은 궁금증이 동해 누마미스에게 이야기를 했다.


클라단

이쪽으로 가보자.


듀발

우린 그냥 이곳에서 마가들이 들어오는지 지키고 있을께.


클라단

좋아. 누마미스 나와 같이 가자.


누마미스

그래.


네론

나도 갈께.


아나타

조심해~ 누마미스.. 너희 둘도.


아스테라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알리게.


누마미스

네.


셋은 좀더 지하에 내밀한 공간처럼 보이는 방에 도착했다. 거긴 마치 매일 누군가가 와서 치워 놓은 것 같이 깨끗했다. 천장에는 커다란 수정석이 은은하게 빛을 내서 밝혀 주고 있었다. 방 한가운데 놓여있는 대리석 관앞에 방금 따라 놓은 것 같은 신선한 와인잔이 누군가를 추모하기 위해 놓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

네론

마치 튤립처럼 생겼네..

너무 아름다운걸!

'근데 왜 이렇게 갈증이 나는 거지?'

'이 향기는.. 우와 꽃밭같은 향기.. 아니 과일인가?'

'너무 관능적이야.'

'취해 버릴것 같다...'

'마시고 싶다..'

'마실거야.'

'마시고야 말겠어!'


누마미스와  클라단이 채 말리기도 전에 네론은 잔을 들어 와인처럼 생긴 액체를 마셨다. 네론이 잔에 든 와인처럼 생긴 액체를 마시자 문이 쾅하고 내리 닫히고 대리석 관안에서 보라색 기운이 흘러나와 네론을 휘감았다. 마치 작은 태풍에 감겨진 것 같았다. 이윽고 보랏빛 기운이 사라지자 네론은 눈동자도 좀 빨개지고 목소리도 좀 이상해진듯 했다. 네론은 눈을 뜨며 이야기를 했다.


클라단

네론! 네론! 정신차려!


지르하니안

너희들은 누구냐?


클라단

이상해, 눈이.


누마미스

우린 가이아인들이오.

우주를 유랑하던 중 이 행성으로 끌려왔고 불시착하자 우주방주가 폭발했소.

그 폭발로 눈이 빨간 괴물들이 끝없이 몰려왔고 우린 이 곳으로 몸을 피했소.


누마미스

당신은 누구요?

그리고 어떻게 네론의 몸속으로 들어간거요?


지르하니안

가이아? 그것이 나의 백성들의 이름인가..

난 루흐다 문명의 마지막 왕 지르하니안이다.

우린 원래 기로 이루어진 종족이라 우리 형질을 받아 들이면

나는 어느 몸이든 깃들 수 있다.


클라단

백성!?


누마미스

우리를 도와 주세요.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지르하니안

내가 너희들에게 우리의 문명과 영생까지 주겠다.


누마미스

정말입니까?


클라단

영생?


지르하니안

그렇다. 그것은 틸레가 주는 선물이지.


클라단

틸레? 그건 뭔데요?


지르하니안

이곳의 주인인 나무지.


누마미스

우리가 필요한 것은 생존이요.


지르하니안

그래서 우리의 문명이 필요한 것이지.


누마미스

그럼 저 밖에 있는 것들을 막아낼 수 있나요?


지르하니안

그렇다.

마가들이 들어오지 못하는 것을 보지 못했는가?


누마미스

마가? 아..


지르하니안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어.

너희도 저 잔을 마시고 우리와 하나가 되는거지.


클라단

육체를 바쳐야한다는 건가요? 네론처럼.


지르하니안

바치라는 것이 아니다.

 불사의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 자유로와지자는 것이다.


클라단

미쳤군.

그렇게 불사의 힘이 있다면, 왜 너희 종족은 여기 없는거지?

게다가 미안하지만, 난 이미 자유롭거든.


지르하니안

너희는 선택받은 것이야 모르겠나?

이것이 너희들의 운명이다.


클라단

우리들은 운명은 우리가 결정해.


지르하니안이 손짓하자 뒤로 눈이 빨갛게 빛나는 마가들이 나타난다.


클라단

역시 모두 거짓이었어.

저자가 만든 것들이야.


지르하니안

그래 내가 만든 것들이지.

그러니 받아들여라!


지르하니안이 손을 뻗자 마가들이 클라단을 향해 질주한다. 누마이스와 클라단이 총을 뽑아 들고 마가들을 향해 쏜다. 마가들은 그들이 쏜 총알에 쓰러진다.


지르하니안

그래봤자, 소용없다!


누마미스가 지르하니안을 향해 총을 쏘려는 순간 지르하니안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천장의 수정석에서 누마미스에게 광선을 발사했다. 광선은 누마미스의 어깨를 관통했고, 지르하니안 앞으로 고꾸라졌다. 누마미스가 헉헉거리며 놓친 총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지르하니안

저항은 무의미하다고 했잖나.


누마미스

으..


누마미스의 어깨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클라단은 재빨리 몸을 날려 지르하니안이 손을 쓰지 못하게 했다.


클라단

어서쏴!


누마미스

탕!


클라단과 지르하니안의 몸을 총알이 관통했다. 지르하니안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지르하니안

하.하.하.

나는 죽지 않는다.

내가 다시 돌아올때 너희는 종말을 맞을 것이다!


그의 말이 끝나자 보라색 연기라 어디론가 도망치듯 사라진다. 클라단은 네론을 안고 쓰러지며 결심하듯 말했다.


클라단

하지만 당신이 다시 나타나더라도 우린 싸울거야.


그때, 굉음이 울리면서 수정석이 통 채로 무너졌다. 동시에 닫힌 문이 조각나 떨어지고 먼지가 파도처럼 사방을 휩쓸었다. 그 먼지를 뚫고 가이아인들이 몰려왔다. 클라단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수정석이 산산조각 나는 것을 보고 나서야 바닥으로 편히 누웠다. 수정석의 먼지가 반짝이며 공중으로 흩날려 산화하고 있었다.


클라단

잘했어.. 누마미스.


누마미스

미안해.. 미안.. 내가 널..


클라단

괜찮아.. 내가 쏘라고 했자나..

우리가.. 우리 가이아가 제일 먼저..신지구를 찾았군.

가빈 선장의 약속을 지켜줘..


누마미스

그래 약속할께. 걱정마. 클라단.


아나타

클라단.. 죽지마.. 흑흑


사람들은 클라단의 유언에 따라 다른 인류에게 구조의 신호인 ‘세일호’ 메시지를 보낸 후 지르하니안의 재림을 막기 위해 어둠의 궁전을 파괴한다.  어둠을 궁전으로 통하는 입구를 클라단의 무덤으로 막고 신호를 보내 준 거울 암벽과 불시착한 가아아의 방주를 기리는 뜻에서 그곳을 빛의 사원이라 칭한다. 또한 일년에 한번씩 모여 클라단을 기리고 어둠의 궁전을 확인하여 무사함을 기원하는 제를 열기로 했다. 어둠의 궁전을 나선 가이아인들은 마가들이 물러간 것에 안도하며 길을 재촉했다. 지르하니안이 이야기한 영원한 생명과 무한의 힘을 주었다는 틸레 나무를 찾아,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숲을 찾아.

가이아인들은 지르하니안이 마가들을 조정한 것에 대해 동경을 느끼며 마가를 잡아 연구를 하며 테이밍에 대한 기초를 쌓는다. 숲에 마가와 비슷하지만 위협적이지 않은 늑대를 닮은 동물을 발견하면서 모든 야수들을 테이밍 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들의 힘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면 눈이 빨갛게 빛나고 이후 죽어 버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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