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 망국의 왕자 11. 행성 아레나

오상준
2018-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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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행성 아레나


 계약자가 선택되고 나자 아수라는 자동적으로 순항을 시작했다. 계약자는 아수라가 그들의 다른 ‘플래닛’을 받아들인 외계종족과 대결해야 하는 행성으로 가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위원회는 미래를 위해 더 많은 루흐다의 형질을 가진 이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루흐다의 순수한 형질은 여러번의 실험으로 거의 바닥이 드러냈고 부작용 또한 심각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할 수 없었다.

 과학자들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들은 루흐다의 이기들 중 하나를 이용해 사이오닉기어라는 특수한 장치를 생산했다. 평상시에 간단히 착용할 수 있는 이 장치는 인간에게 사이오닉 능력을 부여하면서 후흐다의 이기를 다룰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다만 이 장치에는 루흐다 형질 유전자 칩이 내장되어 있었으므로 인체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었다.

 인류개선사업의 일환으로 모든 생존자는 이 사이오닉 기어를 의무적으로 장착해야만 했다. 그러나 위원회의 위원들은 이 사이오닉 기어를 장착하지 않았다. 그들은 생체실험의 결과를 통해 루흐다의 형질을 가지는 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들은 단지 우주에서 살아남기 위해 강력한 힘이 필요했을뿐, 후흐다인과의 만남 따위에는 애당초 관심도 없었다.

 계약자에 대한 연구는 그 후에도 계속되었다. 어느날 과학자들은 그녀가 아수라와 접촉할때마다 어떠한 물질을 체내에 주입받는 것을 발견해 보고했다. 계약자의 건강상태는 계속 체크되고 있었는데, 그녀가 아수라와 접촉하면서 그 물질을 주입 받을때마다 건강상태가 크게 호전 되었다.

 위원회는 그 물질의 샘플을 확보할 것을 지시했고 과학자들은 그 물질이 주입되었을때 그녀의 혈액을 뽑아 특수한 물질의 추출을 시도했다. 그렇게 해서 추출된 물질은 곧바로 실험으로 활용되었다. 혈액에서 추출한 물질은 전혀 새로운 것으로 상처가 즉각 아물고 병이 든 실험용 쥐를 한 두 시간안에 낫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계약자의 말에 따르면 아수라는 그 물질의 이름을 ‘엘릭서’라고 했다. 아수라와 감응하면서 소모되는 계약자의 정기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아수라가 엘릭서를 그녀에게 주입한다고 했다.

 과학자들은 그녀의 핼액에서 그 문제의 엘릭서를 추출해냈다. 위원들은 자신들의 눈 앞에 있는 불로불사의 약을 두고 숨겨왔던 욕망을 참아낼 수 없었다. 그것은 누구도 말릴 수 없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계약자의 엘릭서는 위원들의 젊음을 유지하는데 이용되었다. 하지만 이 때문에 계약자의 몸은 날로 약해졌다. 이 신종 흡혈행위는 그녀의 정기를 갈취하는 행위였고 그녀은 날로 쇠약해졌다.

 과학자들은 그녀의 수명을 이삼십년으로 예측했다. 사람의 수명치고는 지나치게 짧은 수명이었으므로 위원회는 어떻게하면 계약자를 유지할지 대책에 골몰했다.

젊은 위원이 말했다.


젊은 위원

계약자는 수백번의 실험끝에 아수라를 깨우는데 유일하게 성공했습니다. 

루흐다의 형질은 바닥이 났고 그녀가 죽으며 새로운 계약자를 만들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늙은 위원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늙은 위원의 질문에 그 젊은 위원은 솔직히 대답했다.


젊은 위원

그녀의 혈액을 더 이상 사용하면 안 됩니다. 

이대로라면 그녀의 수명은 크게 줄어듭니다.


이곳저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심한 거부반응이었다. 

모두들 알고 있었다. 엘릭서를 포기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늙은위원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 걸까?


어느 위원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어느 위원이 의견을 꺼냈다. 그는 이 자리가 있기전에 이미 해결책을 생각해두었고 말할 타이밍만 기다리던 중이었다.


늙은 위원

그게 뭔가?


그가 잠깐 머뭇거리다 말했다.


어느 위원

그녀의 자식을 새로운 계약자로 삼는 겁니다.


또 한번 위원들이 웅성거렸다. 전혀 예상치 못한 답이었다. 누군가 물었다.


누군가

그게 가능한 일인가?


젊은 위원

물론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그녀의 생식능력은 정상입니다. 

다만 출산을 견딜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늙은 위원

하지만 누가 그녀를 임신시킨단 말인가?


그는 대답대신 위원들을 쭉 훑어보았다. 일부는 눈치를 챈것 같았고 머리가 둔한 이들은 멀뚱히 쳐다보기만 했다. 잠시후 한 위원이 이야기 했다.


한 위원

옛날 우리가 왕조시대였을 때는 황제의 혈톨을 가진 제후가 세상을 지배했지요, 

이제 아시겠습니까?


그가 결론을 내렸다.


한 위원

이건 우리가 제후가 될 절호의 기회입니다.


젊음을 포기할 수 없었던 위원들은 그렇게 스스로를 계약자의 유전자를 계승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몇번의 회의 끝에 그들은 공평하게 계약의 계승자를 소유할 ‘아수라 계승 시스템’을 고안했다.


그 내용의 골자는 이러했다.

  • 계약자가 가임기로 성장했을때 위원들은 같은 시기에 계약자와 성교하여 그녀를 임신시킨다. 아이의 아버지는 구분하지 않는다.
  • 이 계약자의 잉태 행위는 정해진 주기에 따라 실시하며 계송자의 건강이 허락하는 한 제한 없이 계속 실시한다.
  • 계약자가 임신한 아이들 중 남자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제거한다.
  • 계약자가 넣은 여자 아이들은 계승자 후보로 자격을 얻고 계약자의 사망시 신체적으로 가장 적합한 후보가 계약의 계승자로 선정된다.


 최대한 점잖은 어조로 룰이 결정되었지만 이를 점잖게 받아들인 위원들은 없었다. 어쨌든 위원들은 이 룰을 만장일치로 받아들였다. 얼마 후 계약자는 새로이 계약자가 될 여자 아이를 낳았고 그것이 바로 새로운 시스템의 시작이었다. 그 후 몇 십년 사이 위원회는 한 차례 대립과 숙청의 과정을 거쳤다. 계약자의 유전자를 홀로 차지하려던 비주류 위원들이 체제 전복을 노렸지만 이 시도는 주류파 위원에게 발각되었다. 반란은 간단히 제압되었고 주동자들은 총살 당했다.

 이 일이 있은 후 위원회는 체제를 공고히 할 새로운 제도를 모색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백년대계를 생각할 정도로 완벽해야 했고 권력을 유지하면서 앞으로 새롭게 태어날 시민들도 아우를 수 있어야 했다.

 위원들은 계약자에게서 힌트를 얻었다. 위원들의 피가 섞이고 섞인 그 계약자는 아주 훌륭한 사회적 기둥이었다. 계약자들은 모든 위원들의 피를 지니고 있었고 어느덧 모두의 자손이 되어 있었다. 즉 그들은 계약자를 공유하면서 하나의 가문으로 재편되고 있었다.

 역사적으로유능한 왕조들이 사용했던 방법대로 위원들은 서로를 합쳐 하나의 왕조를 만들었고 그들 스스로가 그 왕조의 일원이 되었다. 이는 같은 배를 탄 것과 마찬가지였다. 시스템이 공평하게 돌아간다면 어느 누구도 가족에게 칼을 뺄수 없을 터였다.

 한편 아수라는 우주 여행을 끝내고 어느 행성에 도착했다. 지구처럼 땅이 단단하고 대기도 있었지만 숲도 강도 없는 모래와 바위뿐인 척박한 행성이었다. 이 새로운 세상에 자리를 잡자마자, 위원회는 자신들의 구상을 실행에 옮겼다. 계약자를 대중에게 공개하여 여제로 선포하였고 위원회는 황가로 명칭을 바꾸었다. 아름답게 치장된 여제는 그때부터 백성들을 위한 기둥이 되었고 그녀는 즉 그들의 보금자리이자 수호자인 아수라로 간주되었다. 이 새로운 왕조의 이름은 이나스로 지어졌다.

 

백성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일부는 여제의 정통성과 더불어 외계 기술 자체를 불신했다. 그러나 이는 얼마후 벌어진 외계 종종과의 전쟁에 묻히고 말았다.

 이 첫번째 전쟁으로 황가는 시스템의 기틀을 완성지었다. 전쟁에 패배하면 죽음 뿐이었으크로 도박에 돈을 건 것이나 다름 없었다. 다행히도 그 도박은 성공하였다. 백성들은 여제가 조종하는 아수라가 친히 외계 종족과 싸워 그들을 격되하는 모습을 목도했고 그때부터 어느 누구도 새 왕조의 권위를 부정하지 못했다. 그 후 벌어진 연이은 전투는 백성들 모두를 무장시켰고 특히 실험을 통해 창조한 루흐다의 형질을 가진 집단은 황가에 의해 군인들로 길러져 매우 뛰어난 전투력으로 외계세력과의 전투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그때부터 위원들은 제후(帝后)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스스로를 칭하기 시작했다. 그들에게는 불사가 있었으므로 자신들이 이룩한 국가의 발전을 바라보는 재미도 있었다. 제후들은 권력을 잡고 지배하고 황위 계승을 위해 정기적인 강간을 몸소 주도하였으며 정기적인 성행위로 태어난 제후들의 딸들을 몸소 아수라 내에서 후보로 관리했다. 훗날 제후들은 여제와 그 후보들을 관리하고 유지 시키는 황위 계승청을 따로 세웠다. 이 계승청은 혈통 계승을 위한 연구뿜만 아니라 백성들에게 황위 계승 과정이 누설되지 못하도록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그 와중에도 외계종족과의 전쟁은 계속됐다. 이나스 제국의 백성들은 외계종족과의 전쟁을 숙명처럼 받들었다. 그러나 단 한가지, 인간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독재자들이 된 이 제후들이, 철저히 숨겨온 비닐이 있었다. 바로 카일러미아의 존재였다.

 23대 계약자인 여제 오르데는 유난히 2대 계약자의 얼굴을 닮았다. 갸름한 뺨과 연약한 눈, 제후들에게 새로운 권력을 가져다 준 그 2대 계약자의 용모를 그들은 똑똑히 기억했다. 다만 신기한 것은 그렇게 수많은 제후들의 유전자가 조합되었는데도 2대 계약자와 쏙 빼닮은 외모가 탄생했다는 점이었다. 그 때문에 그냐가 누구의 아버지일까하고 궁금해하던 제후들도 있었다.

 오르데는 태어날 때부터 천식이 있었다. 주치의들은 그녀의 수명을 29년 내외로 계산했다.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엘릭서를 공급받지 못했다. 그러므로 항상 질병때문에 고통을 받고 살았다. 그녀의 뛰어난 외모와는 역설적이게도 그녀의 삶은 아름답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 제후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그녀는 아름답게 치장되어 죽어가고 있엇다. 그녀의 숨은 가팔랐고 표정은 당장이라도 울 것 같았다.


여제 오르데

제후 여러분, 여러분께 드릴 말씀이…


제후들은 침묵을 지켰다.



여제 오르데

알고 계셨나요? 아수라가 저에게 말했어요. 

우리가 승리를 거두고 가야할 낙원이 있다고…, 

그곳이 우리의 존재 이유라고…,


침묵이 계속 되었다. 여제는 직감한 것 같았다.



여제 오르데

알고 계셨군요. 저 백성들에게도 그 사실을…,


제후들은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오르데는 그들의 딸들 중에서도 유난히 착한 아이였다. 그러나 그녀를 동정할 여유가 없다는 걸 그들은 알고 있었다.

그녀가 헐떡거렸다.



여제 오르데

그 사실을, 제발 그 사실을..


그러자 제후들 중 하나가 말했다.


제후1

아직은 백성들에게 알려줄 수 없단다.


여제가 가냘픈 목소리로 물었다.



여제 오르데

왜죠?


제후1

그들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지.


온화한 목소리로 그 제후가 대답했다. 물론 거짓말이라는 건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르데의 눈에 눈물이 가득 괴었다.



여제 오르데

약속해 주세요…, 제후님.

언젠가는 전쟁에 이겨서 백성들에게 그 카일러미아를 알려주겠다고요.

부디 그들에게 희망을….


여제는 눈을 뜬채 숨을 멈췄다. 그녀의 심장 박동을 체크하던 기계음이 삐하는 소리를 내며 울렸다. 여제의 죽은 얼굴에 시녀들이 천을 덮었다. 그러자 거짓말을 했던 제후가 웃으며 말했다.


제후1

열쇠 주제에.


잇달아 웃음 소리가 터졌다. 


어떤 제후

자네 참 짓궃군! 

 

어떤이가 야유했고, 사방은 금세 시끌벅적해졌다.


 그들은 하나 같이 밝은 얼굴로 서로가 잡담을 나누며 그곳을 빠져 나갔다. 그들이 보기에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소리는 맞는 말이었다. 그녀들은 죽기 직전까지 백성을 진심으로 걱정해왔고 세대가 이어질수록 더욱 사명감을 갖고 최후를 맞이했다. 그저 열쇠일 뿐인데, 그것은 진짜 과분한 오지랖이었다.

 제후들은 카이러미아로 갈 마음이 없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예전에 이야기를 끝내 놓았었다. 그렇게 강력한 외계인들이 사는 곳에 가서 얻을 이득이나 있을까? 그들에게 더 이상의 모험은 필요 없었다. 전쟁이 그들 대신 모두를 통제해주고 있었고 이대로라면 그들은 영원불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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