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3. 운명의 아이들 3. 운명의 장난

오상준
2018-05-24
조회수 261

3. 운명의 장난


#1. 카일럼 변방의 미스트롤리움 산지 / 밤

황량한 오지의 계곡. 모든 생명의 흔적이 지워져버린 황무지. 간간히 눈에 띄는 마른 고목 몇 그루가 과거 이곳에도 생명이 존재했음을 말해준다. 절벽위에서 아래쪽 계곡을 내려다 보고 있는 크롬과 버간, 그리고 그의 측근들. 계곡 아래쪽에서는 거대한 중장비들과 수 많은 인부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굴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크롬

사방을 눈을 씻고 둘러보아도 도무지 산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찾아 볼 수가 없군.


버간

미스트롤리움은 신비롭기 그지 없습니다.

그토록 생명이 넘쳐나던 아름답던 곳이 채굴을 하고 나니,

이토록 황폐한 곳으로 다시 뒤바뀌고 마니 말입니다.


크롬

별수 없지.

우리의 낙원을 조금 잃더라도..

대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작은 희생은 불가피하다.


버간

이번 채굴이 후방 광산에서는 마지막입니다. 다른 곳을 찾아야 합니다.


크롬

로이 황태자와의 전투로 기력이 바닥나버린 아수라의 회복을 위해 미스트롤리움의 대량공급이 필수적이다.

어떤 경우에도 미스트롤리움 광산 확보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일동

분부 명심하겠사옵니다!


이때 다가오는 현장의 지휘관, 예를 갖추어 보고를 올린다.


지휘관

분출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이곳 광구에서의 마지막 분출 작업으로 이제까지의 분출중에서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이라 기대됩니다.


크롬

흠, 그래. 볼만하겠군.

좋아 추출을 개시하라!


지휘관

예.


물러나 수신호로 작업의 개시를 지시하는 지휘관. 이어서 계속 아래의 작업장에 비상벨을 울린다. 일제히 대피해 보안경을 쓰는 인부들. 절벽위의 크롬과 일행들도 보안경을 착용한다. 잠시후, 굴착지점에 세워진 거대한 사출기가 좌우로 움직이며 상공을 향해 좌표를 설정한다. 육중하게 울직이는 사출기의 분출기둥, 장거리 포대의 포신을 연상시키는 사출기의 좌표가 설정되자 웅웅거리는 소음과 함께 불이 밝혀지며 동력이 증강된다. 점점 고조되는 고음과 함께 흔들리는 지축, 서서히 긴장이 고조되고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이윽고 분출지시를 내리는 지휘관. 동시에 사출기의 분출기둥이 개방된다. 고막을 찢을 듯한 굉음과 함께 상공으로 분출되는 거대한 반투명의 청녹색 가스기둥, 하늘로 승천하는 용처럼 또아리치며 상승해 순식간에 까마득한 하늘 저편까지 도달한다. 어두운 계곡 일대와 상공의 하늘을 환히 밝히는 일대 장관.

신지구의 상공에 떠 있는 ‘천공요새 아수라’, 거대한 요새의 압도적인 위용. 이때, 아득히 먼 신지구의 대기 저편에서 빛무리와 함께 용솟음치는 청록색 가스기둥이 포착된다. 대기의 최상층에 도달해 뭉치고 소용돌이 치며 덩치를 불려가는 거대한 가스층운. 순간, 자이로스코프 회전을 하며 아수라의 중심에 번뜩 빛을 발한다. 동시에 가스층운을 향해 주위의 에너지를 모아 방전하는 아수라의 첨탑들. 거미줄처럼 엉키며 뻗어나가던 아수라의 에너지 장막이 가스층운을 끌어들이기 시작한다. 환풍기로 연기가 빠져나가듯 순식간에 에너지 장막 속으로 흡입되며 사라지는 미스트롤리움 가스. 가스가 흡입될수록 아수라 주위의 에너지 장막이 점점 넓게 번진다. 거대한 가스층운을 빠른 속도로 소진시켜며 흡입하는 아수라의 에너지 장막

마침내 분출을 마친 사출기, 분출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깨지고 부서져 너덜너덜해진 모습. 결국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있던 분출기 등이 우르르 무너지고 만다. 굉음과 함께 어두워진 계곡의 암흑 속으로 번지는 먼지 폭풍. 절벽위의 크롬, 보안경을 들어 올리며 만면에 미소를 짓는다.


크롬

그래, 나의 친구여! 마음껏 들이켜라! 그리고 더욱 강해져라!

내 곧 너의 힘으로 이 신지구를 정복할 것이다.


일동

크롬 폐하 만세!

카일럼 만세!


이때 뒤쪽으로 황급히 뛰어오는 연락병, 버간에게 다가가 은밀히 귀속말을 전한다. 입꼬리를 치켜드는 버간의 두눈이 반짝인다. 몸을 돌려 버간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는 크롬.


#2. 빛의사원 / 낮

수없이 많은 우주선들이 혼잡을 빚으며 ‘빛의 사원’으로 몰려들고 있다.

게이트를 드나드는 비행선들의 신원을 일일히 확인하는 보안시스템. 주변을 정찰하는 비행선들.


#3. 빛의 사원, 격납고 통로 / 낮

수십대의 비행선들이 분주하게 이착륙을 하고 있는 빛의 사원의 내부 활주로. 요란하게 그래피티 칠이 된 블랙팔콘이 매끄럽게 진입한다.

구석의 격납고 공간에 정지한 블랙팔콘, 출입문이 열리고 카이와 제다가 내려 온다. 날라리 펑크록 밴드의 멤버로 가장한 모습, 눈에 확 띄는 외모.


제다

이거.. 너무 튀는거 아냐?


카이

하하하, 죽이지 않냐?

죽기전에 꼭 한번! 이딴식으로 차려입고 거리를 활보해 보고 싶었어!


제다

솔직히 니가 주군이라는게 챙피해.


카이

주군 같은 소리하고 있네. 큭큭

그냥 좀 엉뚱한 친구를 뒀다고 생각해.

그럼 한결 마음이 편할거다. 친구!


카이

친구..라도 역시 챙피해.


의기양양하게 걸어가는 카이. 주위의 이목이 신경 쓰이는지 어색하게 뒤따르는 제다.


#4. 비행선 내부 / 낮

멀리 빛의 사원이 보이는 신지구 상공의 우주, 소음과 함께 섬광이 일더니 우주선 한대가 순식간에 공간이동을 해서 나타난다. 레나를 실은 비행선이다. 조종석에 앉아 비행선을 조정하고 있는 레나. 이때, 레나의 머리 속으로 울리는 아수라의 전음.


아수라

여기부터는 너 혼자야.

 이제부턴 내 작동범위 밖.

이 지점 안으로 돌아와야 다시 나와 교신할 수 있어.

조심해. 

세상은 무서운 곳이야.


레나

걱정하시마.

금방올께.


조종석 창넘머 멀리 빛의 사원이 보인다. 좌표를 확인한 후 비행선을 움직이는 레나, 비행선이 날렵한 윤곽을 그리며 바르게 빛의 사원으로 다가간다.


#5. 솔라리언 왕국, 황제의 집정전 / 밤

용상에 비스듬이 앉아 있는 크롬, 얼굴이 굳어있다. 그 앞에 조아리고 선 버간과 측근 신하들.


버간

어디로 가신단 말씀도 남기지 않으시고..

행방을 알 길이 없으니 참으로 걱정이옵니다.


크롬

대신들은 신경쓰지 말라.

황가안의 작은 소동일 뿐이다.


신하1

그나저나 공주마마께선 번번히 아수라의 힘을 사사로이 사용하시니..


크롬

그래서..


신하2

계약자의 자질을 걱정하는 세간의 여론이 높사와..


크롬

그럼 지금 아수라의 계약자를 다시 정하기라도 하자는 말이냐?

그 주둥이로 중얼거린 네놈의 말, 목을 내걸고 다시 한번 뱉어보거라!


일동

..


버간

폐하, 노여워 마소서. 걱정이 앞선 대신들이 실언을 한 듯하옵니다.

지금은 공주마마의 무사귀환을 먼저 걱정해야 할 때이옵니다.


크롬

내 직접 하일에게 경위를 묻고 조치를 취할 것이다.


잠시후, 하일을 독대하고 있는 크롬, 용상 아래쪽에 하일이 한쪽 무릅을 굽힌 채 앉아 있다.


하일

죄송합니다.

공주마마께서 홀로 황궁을 떠나신듯 합니다.

소신 미처 알지 못했기에..

벌하여 주시옵서서.

크롬

됐다. 

네 잘못이 아니다.

아수라의 힘을 사용한다면 넌들 별 수 있었겠느냐.

아수라의 작동 범위 안에만 있다면야 혼자라 한들 문제될게 없겠지만 문제는 그 밖으로 나갔을 때인데..


하일

아무래도 빛의 사원으로 향하신 듯합니다.

그 곳은 현재 아수라의 작동범위 밖입니다.


크롬

빛의 사원..

죽은 애미의 명복을 빌고 싶었겠지.


하일

공주마마께서는 깨어나신 후 부쩍 슬퍼 보이셨습니다.


크롬

그 아이는 아직도 나를 원망하고 있는 게다.

권력에 눈이 멀어 지 애미를 지켜주지 않았다고 원망을 하고 있는 게지.

그래서 지애미를 궁지로 몰아넣은 문무대신들을 원수보듯 하는게고..


하일

..


크롬

빛의 사원으로 가서 레나를 찾아오너라!


하일

명을 받들겠습니다!


크롬

너도 몸 조심하고..


일어나 예를 갖춘 후 물러가는 하일, 묵묵히 앉아 상념에 잠기는 크롬.


#6. 우주해적선 리바이던호, 조종실 / 낮

작은 혜성 하나가 길게 이어진 꼬리를 만들며 신지구 인근의 우주 공간을 날아 빛의 사원을 향하고 있다. 강렬한 빛을 뿌리며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고 있는 기원의 혜성 뒤, 우주 해적선 리바이던호가 혜성의 꼬리 끝에 바짝 붙어 이동 궤적을 따라 돌진하고 있다. 리바이던 호의 조종실, 분주히 서로 신호를 주고 받으며 항해하는 선원들, 쾌활한 분위기 속에서도 진지함을 잃지 않는 모습,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들. 혜성의 광채 때문에 모두들 보안경을 착용하고 있다.


항해사

목표지점, 도착 십분전!


기관사

이것봐 미치광이 선장아.

혜성을 왜 따라가!

이대로라면 엔진이 폭발할거라구!


항해사

아니면? 그냥가면 우릴 환영해 줄거 같냐~


조타석에 앉아 있는 선장 로스트, 얼굴에 긴 흉터 자국이 있는 40대의 애꾸눈 사내. 매서운 인상.


캡틴 로스트

속도를 계속 유지한다.

어차피 목숨을 걸고 나선 일이야.

얌전한 작전으로 세상을 놀래킬수 있겠어?

후후후..


항해서

예썰~


기관사

젠장~ 고집불통 과대망상증 환자들 같으니라고!

다음번에는 나라도 나서서 로스트가 선장이 되는 걸 막겠어!


항해서

지난번에 나간건 너 아니었어?

한표 나왔잖아~ 딸랑


기관사

젠장~ 저놈의 혜성은 왜 이렇게 밝아~

눈이 부셔서 원..


전면으로 보이는 기원의 혜성의 광채가 눈부시다.


#7. 빛의 사원, 대성당 / 낮

빛의 사원에 솟은 거대한 구원의 거울을 마주하고 있는 대사제, 신이 들린듯 파란 안광을 발하며 거울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대사제

기원의 혜성이 오고 있다.

이제 시간의 흐름을 바꾸고 세상의 운명이 바뀌겠구나.

오오.. 만나지 못할 자들이 만나고 만난 자들이 헤어지겠구나!

이제 때가 왔구나

모두들 원하는 바를 말하라!


영롱하게 일렁이던 시간의 거울에서 파장이 발생해 주위로 퍼진다. 빛의 사원과 신지구, 아득한 우주를 향해 순식간에 퍼지는 파장.


#8. 빛의 사원, 대광장 / 낮

사원의 대광장으로 통하는 중앙의 번화가 길의 양쪽을 따라 한철을 노린 노점들과 식당들이 즐비하고 길거리는 참배객들과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갖가지 행사와 볼거리로 술렁이는 거리.

두눈을 반짝이며 주위를 둘러보는 카이, 신이나서 거리를 활보한다. 차분한 표정으로 카이를 뒤따르는 제다. 앞서 레나와 사람들 모두 구원의 거울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카이와 레나가 서로 스쳐 지나갈 무렵, 파장으로 인해 미묘하게 잔상현상을 일으키는 주위의 사물들. 사람들이 모두 대사제의 이야기라 울려퍼지자 그자리에 멈춰서서 눈을 감고 각자의 소원을 빈다. 면사포를 쓰고 엄마의 명복을 비는 레나, 그때 레나와 부딧히는 맹인.


맹인

죄송합니다!

눈이 잘 보이지 않아서 그만.


레나

아! (맹인의 눈을 보며)

괜찮아요~

조심하세요.


측은한 듯 맹인을 바라보는 레나, 주위를 살펴보던 카이의 시야로 흘러내린 면사포를 다시 쓰는 레나의 모습이 들어온다. 레나의 미모에 멈칫 서고 마는 카이.

무심코 뒤따르던 제다가 카이의 등에 툭 부딪힌다. 잠시 넋을 잃고 레나를 바라보는 카이. 카이의 시선에 따라 제다가 레나 쪽을 보지만 레나는 어느새 면사포를 쓰고 있다. 고개를 갸웃하는 제다, 멈춰선 카이 옆을 레나가 지나쳐 걸어간다.


카이

제다야 봤니?


제다

뭘?


카이

천사..


제다

뭔소리야? 천사라니..


정신을 차린듯한 카이, 조금 떨어진 곳에 레나와 부딪혔던 맹인을 보며 씩 웃는다.


카이

도독놈도 본 것 같은데~


제다

???


카이

넌 면사포를 데리고 대사원으로 와, 알았지!


제다

휴~ (포기한듯)


맹인을 쫓아 가는 카이, 제다는 면사포를 쫓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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