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3. 운명의 아이들 4. 해적선장 로스트

오상준
2018-06-12
조회수 252

4. 해적선장 로스트


#1. 빛의사원, 뒷골목 / 낮

맹인이 조심하며 외진 곳으로 들어오자 눈을 뜨고 주변을 살핀 뒤 궁금한 표정으로 품 안으로 손을 넣어 은밀히 물건을 꺼내본다. 레나의 보석함을 열어 안에 든 ‘일월쌍환’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한다.


맹인

히~야, 뭔진 모르겠지만 오늘 횡재를 한게 틀림없어.

이걸 팔아서 오늘밤에 아주 몸살나게 놀아보자구.


카이

아니, 재수가 옴 붙은 거지.


화들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는 맹인.

카이가 맹인을 바라보고 있다.

외투 주머니에 두손을 꽂은채 싱긋 웃는 카이.


카이

그거 내 여자친구꺼니까, 돌려줘~

순순히 돌려준다면 도둑질 한건 그냥 봐 줄께.


맹인

요즘 어린 것들은 되바라져서 연애도 빨리 하는 구만. (피식 웃으며)

싸가지도 영 없구 말이야. (옷속에 숨긴 광선총을 꺼내 들며)


카이

그거 총이야?


맹인

어린 것이 간땡이가 배 밖으로 나왔구만.

새파란 나이에 안 됐지만, (총을 겨누며)

내가 워낙에  인정이 없는 놈이라..


카이

그거 발사돼?


찡하는 레이저 발사음이 들린다. 무언가 이상한듯 광선총을 든 손을 살피는 맹인, 총구가 레이저에 맞아 연기가 푸시시 난다.


맹인

히익! (놀라며)


카이의 한쪽 외투 주머니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나고 있다.


카이

다른 쪽 주머니의 총은 안써도 되게 해줘.

양쪽다 구멍나 버리면 동전 넣을데가 없잖아.


파랗게 질린 맹인이 총과 보석함을 던지고 도망간다.


#2. 신지구 인근의 우주 / 낮

맹렬한 속도로 다가오는 혜성, 어느새 빛의 사원으로 근접하고 있다. 일제히 축포를 쏘며 분위기가 고조되어 가고 있다.


#3. 빛의 사원, 대광장 / 낮

대광장에 운집한 수많은 관람객들과 참배객들, 모두들 머리 위 하늘을 바라보며 기원의 혜성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소원을 비는 숙연한 모습과 흥청이는 축제의 분위기가 뒤섞인 모습. 엄청난 인파가 술렁이며 빚어내는 장관, 대광장의 정가운데에 자리 잡은 레나. 하늘을 올려다보며 기원의 혜성을 바라보며 엄마의 유품을 꺼내려다 보석함이 없어진걸 깨닫고 당황하는 레나.


레나

‘없다!!!’


품안 여기저기를 더듬어 보며 보석함을 찾아보는 레나, 하지만 어디에도 보석함은 없다.


레나

‘아차! 아까 그 맹인..’


자기와 부딪힌후 황급히 사라지던 맹인이 생각난 레나는 인파를 벗어나 조금 전 장소로 돌아가보려 하지만, 빼곡히 들어찬 사람들을 헤집고 나가기가 쉽지 않다. 초조해져서 어쩔줄 모르는 레나 인간이 굳어진다. 이때 광장 주위의 종탑들이 일제히 종을 울리기 시작한다. 장엄하게 울리며 혜성의 도래를 알리는 사원을 종소리. 레나, 망연자실 하늘을 올려다 보니 아득히 먼 우주의 끝에서 환하게 빛나는 꼬리를 달고 혜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온몸의 맥이 풀리는 레나, 이때 불쑥 튀어나와 레나의 시야를 가리는 손, 그 손안에 잃어버린 보석함이 들려 있다!


카이

어이, 면사포 친구. 이거 찾고 있니?


놀라서 바라보는 레나, 싱긋이 웃으며 레나를 바라보고 서 있는 카이와 그 옆의 제다.


레나

이.. 이게..


카이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고는)

 도둑놈한테 물건 찾아 오는 거 보다 너 찾는게 더 힘들었어.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조심스럽게 보석함을 건네 받는 레나, 보석함을 열어 속에 든 ‘일월쌍환’을 확인한다. 

안도하는 레나, 긴장이 풀리자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힌다.


레나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정말 고마워요.

이 은혜는..


카이

아, 뭐 그정도 가지고.

난.. (잠시 생각을 하다)

 “피터”라고 해. 

앤 .. “에쉬”


제다

(카이를 째려보며) 

‘에쉬’야 ‘에쉬’...


카이

킥킥

(제다의 시선을 피하며)


레나

(고개를 갸웃뚱 하다 퍼뜩 머리를 굴리며)

전.. ‘조안’이라고 해요.


카이

뭐야, 딱딱하게 다들 또래 같은데 친하게 지내자구.

쓸데없이 격식 같은거 차릴 필요 없잖아? 하하하.

그럼 이제, 마음 편히 감상해 보실까~


카이가 하늘로 고개를 들자 둘도 따라서 시선을 돌렸다. 어느새 머리 위까지 다가온 ‘기원의 혜성’. 거대한 빛의 기둥이 머리 위로 속도를 높이며 스쳐가고 혜성이 지나간 자리 뒤로 하늘 가득 유성우가 쏟아져 내린다. 상공을 가득 메운 광채에 공명하듯 더욱 장중하게 울리는 사원의 종소리. 제다, 넋을 잃고 하늘을 바라보며 감탄을 거듭한다. 환호성을 지르는 카이, 팔짝 팔짝 뛰며 좋아한다. 두 손으로 보석함을 꼭 쥐고 있던 레나, 드대로 두 눈을 꼭 감은채 어머니의 명복을 빈다. 순식간에 사원의 상공을 지나 하늘 먼 곳으로 멀어지는 기원의 혜성. 방어막에 부딪힌 유성우가 은은한 오색의 광채를 남기며 소멸한다. 애절하게 각자의 소원을 비는 참배객들. 환호하는 관람객들. 혜성군이 연출한 대 우주쇼의 절정의 순간. 눈부시게 쏟아지는 유성우와 주위의 오색 잔영아래 나란히 선 레나와 카이 그리고 제다.

잠시후, 주위 공간을 가득 채웠던 빛의 광채가 차츰 사그러든다. 광채가 소멸하자 어느새 완전히 어두워져 버린 빛의 사원, 의아한 표정의 사람들, 두리번 거리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거대한 우주 해적선 ‘리바이던 호’가 태양의 빛을 완전히 가린채 ‘빛의 사원’ 상공에 떠 있다! 해적선의 포신에서 일제히 불을 뿜고, 주위의 호위 함선들이 반격할 틈도 없이 박살이 난다. 굉음과 함게 폭발하며 우주공간으로 부서져 흩어지는 호위 함선들, 경악하는 사람들.


사람들

우.. 우.. 우주해적이다!

으악! 리바이던이다.

해적선장이 나타났어!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인파들. 

이때 해적선의 동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백기의 상륙정들. 

상륙정마다 십여명의 해적들이 탑승해 무기를 매만지고 있다. 

사방으로 혼비백산 흩어지는 인파들. 아비규환의 혼란 상태에 빠진 대광장.


레나

대체 누구지?

에르시온군은 아닌것 같고..


카이

에르시온의 리바이던호를 훔쳐간 놈들이야.


제다

불패의 무적함선 리바이던!

그럼.. 해적선장 로스트!


카이

응.

젠장.. 성가신 일이 생겨 버렸어!


카이, 레나의 손을 잡고 뛰기 시작하자 제다도 따라 뛴다. 주위를 살피며 뒤따르는 제다. 광장과 사원 건물 곳곳에 내려 앉는 상륙정들.


#4. 우주해적선 리바이던, 조종실 / 낮

불꽃과 연기를 붐으며 우주 공간으로 멀어지는 호위 함선들. 

상공에서 내려다 본 대 광장의 혼란스러운 모습, 흩어지며 뛰고 걸려 넘어지는 사람들. 

조타석에 앉아 있는 선장 로스트.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머금고 있다.


로스트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유의 전사들이여!

이제 곧 신지구의 모든 왕국들을 향해 선언할 것이다!

자유 시민들의 공화국이 여기 있으며, 우리는 반드시 자유를 쟁취할 것이라는 것을!


선원들

공화정 만세!

로스트 선장 만세!

자유를 위하여!


환호하는 조종실의 해적 선원들.


#5. 빛의 사원, 대광장 / 밤

붙잡혀온 사람들이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한 후 국가와 계층별로 분류하는 해적들, 분류된 인원들을 주위의 건물들로 분산시켜 수용한다. 

일사 불란하게 움직이는 해적들과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인질들.


#6. 빛의 사원, 사원 건물 뒷길 / 밤

건물 뒷켠에 숨어 주위를 살피는 카이와 레나, 제다.

 건물들 사이의 틈으로 바깥쪽을 살펴보면 총구를 겨냥한 해적들이 사람들을 끌고 가고 있다. 

제다가 해적들이 뿌린 전단지를 주워들고 주절거린다.


제다

(전단지를 보며)

지금 저 해적들, 신지구의 세 왕국 모두를 향해 선전포고를 하고 있어!


레나

도대체 왜?


카이

최근 세력을 떨치며 세 나라를 상대로 자치권을 보장하라는 요구를 해 왔어.


레나

자치권?


제다

저들은 왕을 인정하지 않고 직접 지도자를 투표로 뽑는데.


카이

지도자를 택한다. 그거 괜찮은데..


레나

들은 적이 있어. 공화정이라는 거.

예전 구지구 말기에 있었다는 정치체제,

긴 유랑시기 동안 극소수의 선단에서 유지되어 온 전통이랬어.

그게 해적들의 목적인가 보네.


카이

히야, 우리 면사포 친구, 똑똑하기까지!

아, 역시 나는 운이 좋아~

첫 탐험길에 이렇게 운명의 여인의 만나다니!

진정한 탐험가의 로맨틱한 스토리가 아닌가~


제다

(고개를 가로 저으며)

또 시작했구만..


레나

도대체, 무슨 소리를..


카이

그래!

 해적들로부터 운명의 여인을 구해 바람같이 탈출하다!

언제나 전설은 그렇게 시작되는 법이지. 푸히히


레나

니.. 친구.. 좀 이상해.


제다

그냥 내버려 둬.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중인데..

 좀 있으면 돌아와.


혼자서 신이난 카이, 심각한 제다. 당황스러워하는 레나.


#7. 빛의 사원, 대성당 / 밤

대사제가 사원의 구원의 거울이 보이는 창문을 닫으며 잠시 상념에 잠긴듯 하다 이내 중얼거린다.


대사제

또 다시 운명의 태풍이 불기 시작하겠구나.

부디 구원의 거울이여, 앞날에 희망의 빛을 비춰줄지어다.


대사제, 천천히 뒤돌아서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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