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3. 운명의 아이들 5. 팔콘형제

오상준
2018-06-18
조회수 268

5. 팔콘형제


#. 에르시온 왕국, 중앙의회의 대회의장 / 밤

에르시온 왕국의 중앙의회 대회의장. 연맹의 모든 영주와 중앙의회의 의원들이 긴급 소집되어 있다. 천장에 투사된 대형 입체화면으로 “빛의 사원”을 점령한 “리바이던”호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영사되고 있고, 삼사오오 무리지어 낮은 의원들과 영주들이 혼란스럽게 의견을 나누고 있다. 중앙의 특별석에 나란히 자리한 황제와 로이. 그 아래의 단상에 서서 연설을 하며 의원들과 영주들을 이끌고 있는 크산.


크산

(단호하게) 이런 식의 도발은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미개한 반란자들과는 어떠한 타협도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만약 저들의 도발에 말려든다면,

이후로 에르시온은 영원히 저 미개한 반란자들에게 끌려다니게 될 것입니다.


좌중

(일제히) 옳소!


크산

일개 해적의 무리가 이런 어마어마한 일을 단독으로 벌일 수 있다고 보십니까?


좌중


크산

틀림 없이 배후가 있을 것입니다.

바로 틸리아테페에서 패퇴한 카일럼의 술책인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저토록 큰 함선이 카일럼의 영공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겠습니까?


좌중

!!!


크산

모든 군사력을 총동원해 지금 즉시 해적들의 무리를 소탕하고,

내친김에 바로 카일럼을 향해 진격해야 할 것입니다.


좌중

(열광) 옳소!

 해적들과 카일럼에게 죽음을!

 출정하자!


회심의 미소를 머금고 압박하듯 황제를 처다보는 크산. 고민스러운 표정의 황제,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서는 로이.


로이

(차분하게 좌중을 향해)

과연 몇 명이나 살아 돌아오리라고 보십니까?


좌중

???


로이

지금 “빛의 사원”에는 우리 에르시온의 백성 만여명이 인질로 잡혀 있습니다.

무리한 진압 작전으로 빛의사원에서 대규모 전투가 벌어진다면,

과연 저 인질들 중 몇 명이나 목숨을 부지하겠느냐는 말입니다.


좌중


로이

(좌중을 둘러보며) 우주공간에서 해적무리의 전투력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닙니다.

저들의 지도자 로스트가 과거 우리의 용병장으로 활약하며

“아수라”의 방어진마저 뚫어냈던 적이 있다는 사실을 잊으셨습니까?

진압을 위해서는 함대간의 전면전이 불가피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인질들 중 대부분은 목숨을 잃게 될 것입니다.


좌중

(동요한다.)

음…


로이

현재 카일럼이 개입되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인질들 중 카일럼의 백성들도 적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먼저 사태의 전말을 정확히 확인하고,

협상을 통해 이번 사태를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크산

(목청을 높여) 지금 그것이 에르시온의 황태자가 할 말이라고 생각하시오!

그 말은 카일럼에게 먼저 꼬리를 내리고,

반란의 무리들과 타협을 하자는 것이 아니오!


좌중

(술렁이며) 음…


로이

(차분히) 지금 중요한 것은 백성들의 목숨입니다.

국가의 위신이나 명분이 아니에요.


크산

(냉소하며)

흠… 과연 그런 것이오?


로이

???


크산

어린 카이 왕자가 행방이 묘연하다 들었소.

늘 함께 다니던 왕자의 노리개, 그 가이안 볼모 녀석과 함께…

혹시 카이 왕자가 경솔한 행동으로 사원에 인질로 잡혀 있는 것은 아니오?

지금 황태자께서 사사로운 정에 매여 국사를 그르치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오.


좌중

!!!


황제

(표정이 굳는다.) …


로이

(단호) 설사 카이 왕자가 그곳에 있다고 해도,

지금 그 아이는 만여 명 에르시온 인질들 중 단 한명일 뿐입니다.


좌중

(크게 술렁이며) 음…


로이

(침착하게) 그 만여 명의 인질들은 누구입니까?

모두 다 바로 여기 모이신 의원들과 영주들의 가족들이고 친척들입니다.

경솔하게 대처한다면…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스스로 사랑하는 이들의 목숨을 앗아가게 되는 우를 범하고 말 것입니다.

(좌중을 압도하며) 지금 그것을 바라는 것입니까?


좌중

(누그러진다.) 음…

그게…

끙….


단상의 크산을 내려다 보는 로이.

서로를 노려 보는 두 사람의 시선이 뜨겁게 격돌한다.


#. 카일럼 왕국, 황실의 대회의장 / 밤

용상에 앉아 있는 크롬, 그 아래 도열한 군 지휘관들과 신하들. 고심스러운 표정의 크롬.

기묘한 미소를 짓고 서 있는 버간. 눈치를 살피며 안절부절하고 있는 지휘관들과 신하들.


크롬

(나지막이 혼잣말로) 로스트의 “리바이던”호라…

“빛의 사원”은 “아수라”의 작동범위 밖이고, 인질이 만여명…

더군다나 레나가 거기에 있을지도 모른다니…


일동


크롬

(신중하게) 에르시온과 가이안의 반응은 어떠하냐?


신하1

에르시온과 가이언 모두 만여명의 인질이 잡혀 있다 하옵니다.

현재로서는 양국 모두 사태를 관망하며 대책을 고민 중인 듯 합니다.


장군1

(조심스레) 일단 전체 함선들에게 출동 명령을 내려 놓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장군2

(결연히) 명을 내리신다면 소장들 목숨을 걸고 반드시…


크롬

(고개를 젖는다.) 아니다…

“아수라”에게 크게 의지하고 있는 우리 카일럼은 원정함대의 능력이 취약하다.

게다가 상대가 해적왕이라 불리는 로스트의 “리바이던”호라면…

원정함대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일동

(침통) 음…


크롬

(고심하다가) 결국, 아수라의 위치를 이동시킬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일동

!!!


버간

(앞으로 나서며 다급히) 그렇게 된다면 대치중인 틸리아테페의 전선은 물론

카일럼 본토의 영공 방어마저 큰 틈이 생기고 말 것입니다.

게다가 가까스로 잠재운 후방 지역에서의 반란이 다시 번질 수도 있음을 유념하소서.


신하2

(눈치를 보다 급히 호응하며) 폐하, 아수라의 이동은 최후의 수단이옵니다.

신중하소서.


일동

(일제히) 신중하소서!


크롬

(고민에 빠진다.) 음…


크롬의 꼭 쥔 주먹에 힘이 들어 간다.

기묘한 미소를 머금은 버간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 에르시온 왕국, 황제의 집정전 / 밤

테이블에 마주 앉은 황제와 로이.


황제

(침통한 표정)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로이

(침착)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황제

(묵묵히 로이를 바라본다.) …


로이

지금 카일럼의 크롬 역시 곤란하기는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소자는 이번 사태를 오히려 양국간 평화협상의 계기로 만들어 볼까 합니다.


황제

음…


로이

최대한 빨리 크롬을 만나러 카일럼으로 떠나겠습니다.


황제

(걱정스러운 표정) 정말로 그럴 생각이냐…

너무나 위험스러운 일이지 않느냐…


로이

(미소) 지금 가장 큰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은 인질로 잡혀 있는 백성들일 것입니다.

명색이 황태자라는 자가 일신의 안위만을 위해 위험을 마다한다면

어찌 백성들의 믿음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황제

(로이의 손을 양손으로 꼭 쥐며) 로이야…


로이

(환한 웃음) 너무 걱정 마십시오. 

제게 생각이 있습니다.


잔잔한 눈빛으로 말 없이 서로를 응시하는 황제와 로이.


#. 빛의 사원, 격납고 통로 / 밤

수많은 비행선들이 정박해 있는 “빛의 사원”의 격납고 통로.

통로의 중간중간 해적들이 순찰을 돌며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다.

구석의 기둥 뒤로 몰래 숨어 드는 카이와 제다, 그리고 레나…

몸을 숨긴 채 주위를 살핀다.


카이

일단 여기를 빠져 나가서 이곳 상황을 외부에 알려야 해.


제다

하지만 비행선을 빼내는 것조차 쉽지 않겠는걸…


레나

(걱정) 설사 비행기를 빼낸다 해도 주위의 포위망을 어떻게 빠져 나가려고…


카이

(미소를 지으며 윙크) 일단 비행선만 빼 나오면 그걸로 만사 오케이야.

그 다음은 나한테 맡기라구.


레나

(못미더운 표정) 음…


제다

(레나에게 차분히) 우리와 함께 가는 거… 위험할 거야.

어쩌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어서 탈출하려는 거야.

이곳에서 차분히 구조를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야.


카이

(정색) 야! 너 왜 애한테 쓸 데 없이 겁주고 있어!

이게 얼마나 쓰릴 있는 대박 모험인데.


레나

(고개를 저으며) 아니.

나 역시 여기 잡혀 있으면 난처하기는 마찬가지야.


카이

(반색) 역시! 너에게도 “탐험가”의 피가 흐르고 있었던 거야!

(감격) 아, 이 운명적 느낌…


제다

(창피한 듯 외면한다.) 음…


레나

(물끄러미 카이를 바라보다가) 역시, 왠지 불길한 느낌이…

(중얼) 그냥 여기 남아 있어야 하는 건가…


카이

자 모여 봐.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레나와 제다가 카이에게 귀를 가까이 댄다.

카이의 말을 들은 레나가 얼굴을 붉히면서 화를 버럭 낸다.


레나

뭐, 뭐라고?


해적들 2명이 경계를 서며 블랙팔콘이 있는 쪽으로 향하는데, 안쪽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해적A

거기 누구냐?!


레나

꺄악-!


깜짝 놀란 듯한 여자의 비명소리가 그 쪽에서 들린다. 해적들이 그 쪽으로 뛰어가자 레나가 주저앉아 있다. 레나는 다리를 삔 듯이 한 쪽 발목을 잡은 채로 고통스런 비명을 짓고 있다. 놀라서 넘어진 탓인지 드레스가 위로 말려 올라가 레나의 스타킹을 신은 허벅지가 윗부분까지 노출되어 있다.

레나

(겁먹은 표정)여…여긴 어디죠?

해적선을 보고 겁이 나서 무작정 도망쳤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길을 잃어버려서 그만….


해적B

흐음….


해적들, 레나 혼자만 있는 걸 보고 경계를 풀고 다가온다.


해적A

어쨌든 여기 둘 수는 없으니 데려가지.


해적B

어이, 아가씨, 일어서.


레나

아얏….


레나, 발목을 만지면서 표정을 찡그린다.


해적B

왜 그래?


레나

바, 발을 삔 것 같아요.

아까 소리치신 거에 놀라서 넘어진 게 그만….


레나, 다리를 뒤척이자 스타킹에 감싸인 허벅지가 더 드러나 보인다.

그런 모습에 자기들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는 해적들, 헛기침.


해적B

어쩔 수가 없군. 흠흠..


해적A

부축해 줄 테니까 내 손을 잡아.


해적들이 레나를 일으키기 위해 허리를 숙인다.

그런데 그 때 뒤에서 나타나는 카이와 제다.


해적들

크억?!


카이와 제다의 불의의 기습에 해적들은 그대로 기절한다.

기절한 해적 한 명은 앞으로 기울면서 레나 쪽으로 쓰러지고.


레나

꺅!


레나, 해적에게 반쯤 깔린 꼴이 된다.


카이

오케이~, 성공!


제다

연기를 잘하는 걸….


레나

빠, 빨리…이 사람 좀 치워 줘.


카이

알았…아, 그 전에…음.


카이, 므흐흣한 표정을 지으면서 레나를 바라본다.

아까 레나가 해적들의 방심을 노리기 위해 일부러 스커트를 걷어 올린 채로 드러난 허벅지를 보는 카이와 제다의 시선.

그런 시선을 눈치 채고 얼굴이 붉어지는 레나.


레나

뭘봐!


제다

아.. 아냐.. 난


셋은 “블랙팔콘”이 있는 쪽으로 뛰어간다. 탈취당한 팔콘을 알아차린 후 난처해 하는 해적들, 무전으로 연락을 하고 지들끼리 옥신각신 한다.

이때, 갑자기 들려오는 시동음. 놀라는 해적들. 한쪽 구석에서 “블랙팔콘”이 격납고를 빠져 나와 내부 통로로 진입하고 있다.

황급히 달려가는 해적들. 하지만 급발진한 “블랙팔콘”의 기세에 눌려 사방으로 혼비백산 흩어지고 만다.

좌우로 급회전을 하며 추진력을 이용해 주위 해적들 제압하는 “블랙팔콘”, 역추진과 급선회를 거듭하다 순간 정지하더니 뒷문의 해치가 열린다. 바닥에 바짝 붙어 있다가 벌떡 일어나 “블랙팔콘”에 올라타는 카이. 카이가 올라타자 뒷문의 해치가 닫히고, 다시 “블랙팔콘”이 추친력을 발산하며 앞으로 전진한다.

광선총을 발사하며 뒤 쫓는 해적들. 레버를 조작해 활주로로 향하는 통로의 문을 닫고, 무전으로 본부에 연락을 한다. 굉음을 내며 닫히는 진입통로의 육중한 철문.


#. “블랙팔콘” 조종실 / 밤

뛰어 들어와 조종석에 앉는 카이. 조수석의 제다와 뒷좌석에 앉은 레나.


카이

(웃으며) 해적들. 생각보다 순진한데.


제다

(다급) 활주로로 향하는 통로가 닫히고 있어!


카이

(미소) 걱정하지마.

활주로까지 나가지 않아도 뜰 수 있어.


레나

(경악) 말도 않되.

격납고 통로 안에서 비행선을 발진시키겠다는 거야?


카이

(당연) 응.

(조종석 레버를 힘껏 당기며) 꽉 잡아!


최고 출력으로 급발진하는 “블랙팔콘”.

모두의 몸이 뒤로 충돌하듯이 젖혀진다.


레나

악!


제다

으… 카.., 조심해…


카이

(신이 나서) 유~후


#. “빛의 사원”, 격납고 통로 - 게이트 활주로  / 밤

서서히 닫히는 육중한 철문.

거의 다 닫혀서 이제는 가느다란 틈만이 남았다.

충돌할 듯이 날아 오는 “블랙팔콘”,

기체가 뜨자마자 세로로 기울여 날개를 일자로 세운다.

뒤쪽에서는 전열을 가다듬은 해적들이 발칸포를 발사한다.

진퇴양난! 절체절명의 순간!


Insert.

비명을 지르며 두 눈을 꼭 감아버리는 레나.

두 눈을 부릅뜬 제다.

신이 나서 환호하는 카이.


Cut to.

가까스로 철문의 남은 틈을 통과하는 “블랙팔콘”의 기체.

곧 이어 육중한 철문이 완전히 닫히고,

발칸포의 강력한 빔이 닫힌 철문 위에 작렬한다.

굉음과 함께 터지는 강렬한 불꽃.


Cut to.

날렵하게 기체를 꺾으며 쏜살같이 활주로 터널에 진입하는 “블랙팔콘”.

주위 포탑에서 포화가 쏟아진다.

사방이 막힌 활주로 터널을 이리저리 누비며 아슬아슬하게 집중포화를 피해가는 “블택팔콘”,

순식간에 활주로를 벗어나 우주공간으로 나간다.

빛의 속도로 멀어지는 “블랙팔콘”.


#. 우주해적선 “리바이던”, 조종실 / 밤

유유자적 조타석에 앉아 있던 로스트,

부하의 보고를 듣고 흠칫 놀란다.

로스트가 손짓을 하자,

대형 스크린으로 “빛의 사원”을 벗어나는 “블랙팔콘”호의 모습이 보인다.


Insert.

울긋불긋 그래피티 페인팅이 된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비행선…

하지만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벗어나며 추적해 오는 해적 전투기들을 요리조리 따돌린다.

급선회를 할 때마다 마찰열로 비행선 표면의 그래피티가 조금씩 지워지고…

매끄러운 광체의 검은 선체가 드러난다.


Cut to.

찡그리고 바라보던 로스트,

이내 묘한 미소를 머금는다.


로스트

(자리에서 일어나며) “레드팔콘”을 준비해! 출격한다.

오랜만에 쓸만한 사냥감이 나타났어.


일동

(놀라며) 넷?


로스트

돌아 올 때까지 이곳의 지휘는 부함장이 맞는다.

만약에 내가 돌아오는 게 너무 늦으면…

니들끼리 다시 투표를 해 선장을 뽑아. 하하하.


일동

(당황) …


서둘러 조종실을 벗어나는 로스트.


#. 블랙팔콘 조종실 / 밤

레이저를 발사하며 맹렬히 추격해 오던 해적 전투기들,

하지만 모두 뒤처지고 만다.

안도의 한숨을 쉬는 제다,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카이를 바라 본다.

환하게 웃으며 윙크하는 카이.

피식 웃고 마는 제다.

카이와 제다, 하이파이브를 한다.

가까스로 정신을 수습한 레나,

식은 땀을 훔치다가 화가 난 듯 카이에게 외친다.


레나

너무 무모하잖아!

이런 괴상한 비행선으로…


카이

(여유만만) 이래 봬도 나의 애마는 무척 빠르다오~


레나, 계기판의 속도계를 바라보면…

말도 안되는 엄청난 속도가 표시되어 있다.

눈을 의심하는 레나.

레나

뭐야? 계기판도 고장 나 있잖아.


카이

아니, 계기판은 매우 정확하게 작동하고 있는걸.


레나

(어이 없다는 듯) 이 고물 비행선이 전설의 “팔콘”호라도 된다는 거야?


제다

(뜨끔) 글쎄…


카이

(돌아보며 윙크) 친구, 우리를 못 믿겠다면 다시 돌아가서 고이 잡혀 계시든지. 후후후.

(다시 앞을 보며) 이봐. 이제 그 면사포 좀 벗는 게 어때?

답답하지 않니?


레나

(누그러지며) 아, 그렇지…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면사포를 떼어내는 레나.

면사포가 걷어지자, 레나의 눈부신 외모가 드러난다.

힐끔 뒤를 바라보다 놀라서 굳어버리는 제다.

싱긋 미소를 짓는 카이.

카이

(놀란 제다를 바라보며) 거 봐. 무진장 이쁘다고 했잖아.


제다

(계속 바라보고만 있다.) …


멋 적은 표정으로 모른척하는 레나.

잠시 어색한 침묵.

이때, 레이다가 경고신호를 울린다.

놀라는 카이와 제다,

상황을 확인한 후 기체를 급선회한다.


Insert.

후방에서 발사된 레이저 광선,

“블랙팔콘”을 노리다가 기체의 옆쪽을 스치듯 비껴간다.

뒤이어 “블랙팔콘”의 옆으로 급선회하는 “레드팔콘”.


Cut to.

다급해진 카이와 제다.

카이

우릴 쫓아 오다니 보통 녀석이 아니야.

전투준비를 해야겠어.


제다

(조종 버튼을 분주히 누르며) 알고 있어.

벌써 준비하고 있다구.

긴장하는 레나.


#. 몽타쥬 – 블랙팔콘과 레드팔콘의 일대일 공중전

“레드팔콘”의 내부. 조종석의 로스트.


로스트

(흥미롭다는 듯)

 흠… 이런 곳에서 “레드팔콘”의 형제를 만나다니…

흥미로운걸… 어디, 누구신지 한번 확인해 볼까…


다시 급선회해 “블랙팔콘”의 측면을 파고드는 “레드팔콘”.

스쳐지나 가는 두 비행선.

이때 조종석의 카이와 제다를 확인한 로스트,

어린 카이와 제다의 모습에 놀란다.


로스트

(혼잣말로) 이런, 완전 애송이들이잖아…

후후후, 점점 더 흥미로워지는군.


화상 교신을 시도하는 로스트.

화면으로 조종석의 카이와 제다가 보인다.


로스트

(미소) 이봐, 꼬마 친구들, 제법인데.

순순히 포기하면 목숨은 살려주지. 고문도 안 할 수 있어.

순순히 그 비행선을 바친다면 우리 편에 넣어 줄 수도 있고.

물론 혹독한 신고식을 치러야겠지만 말이야. 후후후.


Cut to.

“블랙팔콘”의 내부. 추격전을 펼치며 묘한 흥분을 느끼는 카이.

화면의 로스트를 향해 싱긋 웃어 보인다.


카이

(레버를 당겨 기체를 급선회하며) 애꾸눈 아저씨, 미안.

이 몸들은 인질로 계시기에는 난처한 사정이 있어서…


혀를 쏙 내밀며 약을 올리는 카이.


Cut to.

곡예비행을 하며 로스트의 공격을 피하는 카이의 “블랙팔콘”.

집요하게 후미로 따라붙으며 포격을 가해오는 로스트의 “레드팔콘”.

빛의 속도로 비행하며 불가능한 각도의 급선회를 거듭한다.

“블랙팔콘”도 반격을 가하고,

맹렬히 스치고 격돌하며 물고물리는 추격전을 펼치는 두 비행선.

현란하기 그지없는 일대일 공중전이 펼쳐진다.


Cut to.

“블랙팔콘”의 내부. 놀란 표정의 레나.

레나

뭐야… 이 비행선은 도대체…


카이

(의기양양) 후후후.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니까. 아가씨.


전후방의 포를 조준해 “레드팔콘”을 공격하는 제다.

회심의 일격이 “레드팔콘”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간다.


제다

(손잡이를 치며) 젠장! 거의 맞췄는데…


혼란스러운 표정의 레나.

공준전에 몰입하는 카이와 제다.


Cut to.

감탄하며 더욱 흥을 올리는 로스트,

도박장에서 게임을 즐기듯 치열한 공중전을 벌인다.


로스트

(중얼) 새 선장 뽑으라는 말… 잘못하다가는 진담 되겠는걸. 후후후…

좋았어. 어린 친구들… 제대로 한번 붙어 보자구.

좋은 가르침을 주지…


Cut to.

더욱 격렬해지는 공중전.

현란한 비행술로 서로의 꽁무니를 노리는 두 비행선,

서로를 행해 쏟아지는 포격을 아슬아슬하게 빠져 나가며 반격에 반격을 거듭한다.

하지만 마침내, “블랙 팔콘”의 한쪽 엔진을 명중시키는 로스트의 “레드팔콘”.


Cut to.

“블랙팔콘”의 내부. 충격으로 흔들리는 기체. 다급해진 카이와 제다. 겨우 몸을 가누는 레나.


제다

젠장! 당했어!


카이

상태가 어떻지?


제다

(계기판을 점검하며) 힘들어.

더 이상 급속비행을 하는 것은 무리야.

곧 균형을 잃고 말 거야.


카이

(묵묵이 생각에 잠겼다가 레나를 향해) 이 봐. 꼭 잡고 있어.

(미소) 이제 저승으로 직행할 거니까.


레나

(당황) 그건 또 무슨 말…


카이

(제다에게) 전속력으로 하강 비행할 거야.


제다

(놀라며) 그건…


카이

(싱긋 웃으며) 이대로는 무조건 죽은 목숨이야. 일단 벗어나야 해.

저 애꾸눈 아저씨가 자기 목숨까지 걸고 쫓아 온다면 할 수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벗어날 확률이 있어.


제다

하지만 무사히 착륙한다는 보장이 없어.

아니, 오히려 죽을 확률이 더 높아.


카이

(윙크) 그건 일단 따돌린 다음에 생각을 하자구.


제다

(고민) …


레나

(울상) 이건 정말이지… 

완전 막무가내잖아…


서로 눈빛을 교환한 후 동시에 레버를 당기는 카이와 제다.


Cut to.

선회 비행을 하다가 급속히 하강하기 시작하는 “블랙팔콘”.

엄청난 속도로 신지구의 중력권으로 진입한다.


Cut to.

득의만만하게 웃으며 레이저포의 조준점을 “블랙팔콘”의 정가운데에 맞추고 있는 로스트.

조종대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있다.


로스트

(입으로) 빵! 

(미소) 죽었다. 꼬마들…


급하강하는 “블랙팔콘”을 보며 다시 화상교신을 시도한다.


로스트

(화면 속의 카이와 제다를 보며) 꼬마들… 오랜만에 즐거운 전투였는걸. 후후후…

중력권으로 급강하해서 추격에서 벗어날 생각이군.

“같이 죽을 각오가 되어 있으면 쫓아 와 봐라?”

좋은 판단이야. 하하하.

꼬마들, 살아남는다면 언제든 찾아 오라고…

다음에 만난다면 상으로 뭐든 소원을 하나 들어주지. 하하하.


레버를 당기는 로스트.


Cut to.

추격하던 로스트의 “레드팔콘”이 방향을 꺽으며 멀어진다.

신지구를 행해 돌진하는 “블랙팔콘”.


Cut to.

“블랙팔콘”의 내부. 더욱 흔들리는 기체.


카이

(화상 교신을 마친 후) 칫! 약 올리고 있어. 젠장…


제다

(다급) 이제 중력권에 완전히 진입했어.


카이

역추진버스터 온!


제다

반중력 플레이트 온!


순식간에 다가오는 신지구의 대지.

두 눈을 꼭 감고 있는 레나.

집중하며 불시착을 시도하는 카이와 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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